[팩트체크]차별금지법 없어도 '진정한 약자'들은 보호받고 있다?

[the300]

권제인 인턴기자 l 2020.07.03 06:00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정혜영 정의당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발의를 발표하고 있다. 2020.06.29. photothink@newsis.com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을 권고한 이후로 7번째 발의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평등법’이란 이름으로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보수 기독교계의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이란 주장이 대표적이다. 한 단체는 “진정한 약자들은 이미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보호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하기 위해서다”고 주장했다.

과연 성소수자 외의 약자들이 개별법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팩트체크를 해봤다.

[검증대상]
성소수자 외 약자들이 이미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검증내용]

◇‘개별적 차별금지법’ 일부 영역에만 적용된다

개신교계의 주장대로 특정 범주의 사람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를 보면 ‘차별금지’를 이름으로 한 법률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두 가지가 있다.

이외에도 △성별(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 형태(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종교(헌법) 등도 현행법으로 차별이 금지돼있다.

그러나 법이 있다고 해서 모든 차별로부터 보호받진 못한다. 생활 전반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법의 적용은 고용과 병역 등 일부 영역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고령자고용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고용에만 적용된다. 고령자고용법은 모집·채용에서 차별한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은 △동일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등에 한해 처벌한다.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병역법 3조 3항에 금지돼있지만 이 역시 병역에만 적용된다.

◇인권위법에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이미 포함돼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아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차별 구제의 법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인권위법은 △고용 △ 재화·용역·교통수단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훈련에서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한다. 그러나 권한이 조사와 권고 수준에 그쳐 인권위를 통한 구제도 한계가 크다.

또한 인권위법은 간접차별, 괴롭힘, 광고에 의한 차별 등 다양한 차별 행위을 담고 있지 못하다. 인권위도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차별의 개념과 유형을 상세히 담고 있지는 않다”며 “평등법은 인권위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차별 금지 항목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하기 위해서”란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 인권위법의 차별 금지 항목에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이 이미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은 다른 차별과 같은 방식으로 조사와 구제가 이뤄진다.

[검증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현행 법률로 △장애 △연령 △성별 △고용 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이 금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별 금지가 일부 영역에 국한돼 권리 구제에 한계가 있다. 다양한 차별 유형을 포괄하는 인권위법은 강제력이 부족하고 괴롭힘, 광고에 의한 차별 등을 포함하지 못한다. 따라서 성소수자 외의 약자들이 이미 개별법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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