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재검토해 달라" 정의화, 朴 설득했지만...

[국회선진화법 해부④-법안통과 비사]정의장 막판까지 반대…선거 전망따라 찬반 오락가락

진상현 l 2014.04.02 05:47

"저는 의장으로서 의원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과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19대 국회가 무기력 국회, 식물 국회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지난 2012년 5월2일. 역사적인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의사진행을 맡았던 정의화 국회의장 대행이 밝힌 소회다. 당시 친이계(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던 정 의장은 막판까지 선진화법 통과에 반대했던 대표적인 인사다.
정 의장은 당시 당권을 쥐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직접 전화까지 해가면서 "다시 검토해달라. 선진국에도 유례없는 큰일이다"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폭력 국회'를 막는다는 명분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192명 투표에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선진화법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국회선진화법의 본격 논의는 2010년 12월 ‘2011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당시 새누리당 홍정욱 의원이 법안 기초를 잡았고, 남경필 의원 등 여당의 쇄신파, 야당의 온건파 의원들이 가세했다. ‘폭력 국회’를 없애자는 여론이 동력이 됐다. 황우여 대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5월 원내대표에 선출된 후 국회를 선진화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국회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놓고 야당과의 협상에 앞장섰다.

서울시장을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내주는 등 여권의 위기감도 한몫을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황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4·11 총선은 물론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개혁법안인 선진화법에 더욱 힘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선거 전망에 따라 선진화법에 대한 여야 입장이 바뀌는 현상도 나타났다. 4·11 총선 전에는 '여소야대' 위기감이 팽배하자 새누리당 쪽에서 찬성 분위기가 강했고, 민주당은 대다수가 이를 반대했다. 민주당으로선 원내 1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다수당에 불리한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4·11 총선이 끝나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따내자 분위기가 다시 달라졌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국회를 마비시킨다며 반대목소리가 커졌고,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정의화 국회의장 대행은 ‘식물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정몽준·김무성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동조했다. 이에 맞서 국회선진화법을 추진했던 여당 쇄신파, 야당 온건파 의원들은 "싸우지 말라는 것이 국회에 대한 국민의 명령"이라며 선진화법 통과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내기도 했다.

결국 황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당시 지도부가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선진화법 수정안에 찬성한다"면서 분위기를 잡아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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