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국회 무기명투표법 개정 요구 확산

[the300]"국회법 112조 '무기명 투표' 고쳐야"

박상빈 기자 l 2014.09.04 16:54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는 의원들을 찾아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이날 본회의에서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2014.9.3/사진=뉴스1


'철도 비리' 의혹에 연루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방탄 국회'를 자인한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표결의 경우 무기명 투표를 공개투표로 전환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공개'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4일 박용진 전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은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 "누구 말처럼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판단'으로 존중 받으려면 그 소신을 밝혀야 마땅하다"며 "표결 내용을 공개하고 누가 부결에 참여했는지 밝혀야 국민도 그들을 심판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오후 3시30분 현재 네티즌 301명이 참가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인 290명(96%)이 "부결이 옳지 않다"고 밝혔다. '옳다'고 답한 네티즌은 2명(1%)에 불과했다.

표결내용을 공개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찬성은 280명(93%)에 달한 반면 반대는 12명(4%)에 그쳤다. 자신의 지역 국회의원이 부결에 기여했다면 다음 총선에서 지지를 철회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268명(89%)이 '그렇다'고 답해 '그렇지 않다'고 말한 16명(5%)을 압도했다.


시민단체도 국회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세월호특별법 협상과정에서 정치 무능을 드러내고 소모적 정쟁을 거듭해 민생을 외면하던 여야가 '제 식구 구하기'에 적극 나서는 후안무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대선 때는 여야 모두 국회 쇄신 차원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했었다"며 "그러나 여야는 특권 포기를 통한 정치불신 해소와 정치개혁의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특히 "장막 뒤에 숨어 범죄자를 비호하는 무기명투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처리에 있어서 기명투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공개토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 국회법 112조 5항은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기타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체포동의안은 인사에 관한 안건으로 분류돼 무기명투표로 진행된다"며 "국회법 112조 5항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무기명 투표를 하다보니 의원들의 '감싸기'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며 "언론과 시민사회가 국회를 압박해 국회법 112조를 고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등은 민사의 경우 불체포특권을 유지하고, 형사의 경우 체포를 하고 있다"며 "국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아닌 영장실질심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1990년대말로 기억하는데 애당초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일될 때,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체포동의안 처리절차와 앞뒤가 맞지 않게 성급히 설계가 됐다"며 "조속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제 식구 감싸기' 비판에 유구무언이지만 기본적으로 체포안 처리는 형사처벌에 관한 것이기에 의원들은 마치 판사의 입에 서는 느낌"이라며 "내용을 모르는 판사가 사람을 마음대로 감옥에 보낼수 없듯 내용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이 체포안을 무조건 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체포동의안 처리절차는 눈 먼 장님에게 표결을 강요하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체포동의안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에 관한 것"이라며 "심사 내용을 듣지 않는 상황에 결정되기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체포동의서를 제출할 때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 건은 이미 언론 등에 혐의가 상당히 밝혀져 수사할 수 있는 게 분명하다"며 "법리적 문제를 두고 부결 원인을 지적하는 박 의원의 설명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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