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안통하는 추석민심…"의원님 가시방석이죠?"

[the300]꽉막힌 정치·특권은 꼬박꼬박 "국민께 죄송" 몸 낮췄지만…

김성휘,이현수,하세린 기자 l 2014.09.05 13:27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이날 본회의에서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2014.9.3/뉴스1

'일하지 않는다. 돈만 받아 챙긴다. 국민들에게 꿈도 주지 못한다.'

추석을 맞은 국회의원들이 정치권에 대해 어느 때보다 싸늘한 민심을 마주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예년처럼 추석에 돌릴 의정보고서를 만들고 지역구 활동에 분주한 것은 같지만 어깨엔 어쩐지 힘이 빠진다. 답이 보이지 않는 세월호 정국에다 무기력한 입법상황, 그럼에도 특권은 꼬박꼬박 챙기는 행태에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무능은 세월호 정국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4월16일 참사 후 5일 현재 143일째이지만 국정조사특위는 그사이 청문회 한 번 열지 못한채 일정이 종료됐고 진상조사특위는 그 구성과 권한을 둘러싼 대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야는 핵심당사자 격인 희생자 유가족들을 설득하지 못해 원내대표간 합의를 두 차례나 파기하는 파행을 자초했다.

세월호 정국에 발이 묶이면서 5월 이후 국회는 법안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입법제로(0)'의 불명예를 얻었다. 난마처럼 얽힌 갈등을 풀어내고,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제시하는 것이 정치 본연의 역할이지만 정치권에만 오면 도리어 갈등이 격화되는 역기능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 마음은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과 국회의원들의 추석상여금 수령 후 답답함을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철피아 의혹을 받는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송 의원이 얼마든지 수사를 받겠다고 호소했고, 부결표를 던진 의원들도 제각각 이유가 있다지만 결국 '방탄국회'가 현실화하면서 그동안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외친 '특권 내려놓기'는 공염불이 됐다.

게다가 국회의원 1인당 387만8400원씩 추석상여금(명절휴가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 명절휴가비는 기본급의 60%수준이란 규정을 따랐으니 적법한 일이지만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기에 충분했다. 추석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앞다퉈 민생행보에 나섰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국회공전에 따른 면피용 행사라는 시선이 따갑다. 시민단체 등 국회 바깥에선 국회를 정상화하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전·현직 교수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정이 마비된 국회를 정상화하고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 정상화 촉구 지식인 선언'을 하고 있다. 2014.9.4/뉴스1

여야 의원들은 5일 입을 모아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약간이 아니라 굉장히 많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을 위한 연구, 지역주민을 대변하기 위한 활동 등 완전히 일손을 놓았다기엔 어폐가 있다"면서도 "국민들이 느끼는 짜증과 피로도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몸을 낮췄다.

또다른 여당 의원은 "추석 상여금 같은 것은 잘할 때만 주고 못할 때 안 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겠다"며 "급여성으로 나오니 그때마다 반납한다 하는 것도 쇼처럼 보일 것"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국회 내부에서 자성론도 터져나왔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대로면 국회가 국민의 청문회 요구를 받을 것", "국회도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연일 강조했다.

야권 중진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트위터에서 "불체포특권에 대한 비난이 비등점! 그럴 때마다 정차권의 개혁 혁신안이 난무하지만 실천은 없었다"며 "진정한 혁신은 법을 개정하고 실천, 할 일 하는 의원활동"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수현 대변인은 "국회의원들이 실제 권한보다 훨씬 더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나쁜 사람들이라고 국민께서 느끼고 있다"며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법안도 빨리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간단치 않다"며 "추석 후 이를 해소할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정치권이 앞으로 뭘 해도 국민신뢰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휴를 앞둔 5일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김무성 대표)을 찾고 119센터를 방문(이완구 원내대표)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서울역에서 귀성인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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