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뭐기에…A부터 Z까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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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현 김성휘 박용규 박재범 하세린 기자,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l 2015.01.14 10:15



공직사회의 금품수수와 부정부패를 막겠다며 제시된 '김영란법'이 극심한 진통 끝에 국회 상임위 관문을 넘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2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가결했지만 법안의 취지를 들어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과 현 상태로는 과잉입법에 위헌 소지도 있다는 정반대 주장이 여전히 부딪친다. 가장 핫한 쟁점인 이해충돌 방지조항은 논의를 보류한 데다 법제사법위가 엄격한 심사를 예고하는 등 김영란법 논란은 오히려 격화될 조짐이다.


"무시무시한 법" 어쩌다? 

정무위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공직자와 그 가족의 금품수수, 부정청탁을 규정하고 이를 적용할 대상을 명시했다. 처벌 기준은 금액으로 1회 100만원 초과 여부와 직무관련성이 핵심.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무조건 형사처벌이다. 3년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100만원 이하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만 과태료 대상이다. 100만원 이하를, 직무관련성 없이 받더라도 문제가 된다. 동일인으로부터 연간 받은 액수가 300만원을 넘으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게다가 공직자 가족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돈을 받아도 공직자가 처벌받는다.

공직자가 외부강연시 일정금액 이상 대가를 받고도 이를 신고하거나 초과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문다. 부정청탁의 경우 15개 유형의 부정한 청탁을 받는 공직자도, 이런 청탁을 하는 사람도 강력히 처벌 받는다.

이처럼 과도하게 엄격해 보이는 법안은 이른바 '벤츠 여검사'로 상징되는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공직자 형제가 뇌물을 받은 사건 등이 공직사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낳았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기존 법률로는 당사자를 처벌할 수 없단 점이 부각됐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은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직자나 그 가족의 금품 수수, 부정한 청탁, 공직자 사적 이해관계와 직무간 충돌 등을 막는 강력한 법안을 2012년 8월 국무회의에 제시했다. 초안, 원안, 입법예고안으로 다르게 불리는 '김영란법 1.0'이다.

"사립학교·언론? 과잉" vs "원래 민간일부 포함"

김영란법은 시작부터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2013년 8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예고안을 수정한 것이다. 직무연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자던 것이 연관성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하는 것으로 조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후퇴' 논란을 빚었지만, 예고안 그대로는 도저히 법적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정치권에선 "무시무시한 법안"이란 반응이 나왔다.

국회 논의 과정에선 적용대상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KBS·EBS는 규율하고 나머지 민간 방송은 제외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것이다. 같은 식으로 국공립 교원과 사학 교원을 구별해선 안된다는 방안이 등장했다. 이번에 정무위가 도출한 법안에 공직자, 공직유관단체 종사자 외 언론과 사학이 포함된 게 이 때문이다.

이는 과잉입법 아니냔 지적을 낳았다. 물론, 언론과 사학 포함 여부는 법안의 본질이 아니란 반론도 있다. 사학 교사와 언론이 포함되기 전 대상자는 공직자 본인과 가족을 포함, 1500여만명으로 추산됐다. 여기엔 지역의 크고작은 관변단체 직원 등 사실상 민간인도 포함됐다.

이번에 법사위 문턱에 간 법안은 1700만~1800만명 수준이다. '1500만명은 괜찮고 1800만명은 안된다'는 주장은 비논리적으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정무위는 예고안이 포괄적으로 부정청탁을 규정,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15개 유형으로 좁히는 등 현실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정무위 여당 관계자는 "도저히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예고안을 고치고 또 고쳐서 이만큼이라도 온 것"이라며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입법예고안보다 과잉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위법사례 한없이 생길라"·이해충돌방지 등 난제

애초부터 제기된 쟁점 일부는 여전한 숙제다. 유형도, 실제 사건도 제각각이어서 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수없이 나타날 수 있다. 법률 조항보단 국민권익위 등의 유권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일도 빈발할 전망이다. 권익위는 문답 형태의 사례집으로 국민 이해를 돕겠다지만 이 법을 알든 모르든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사회상규'라는 예외규정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국회에 따르면 결혼식·장례식 등 관혼상제와 법원 판례로 인정된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회상규로 인정될 여지가 적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각종 기념일, 생일 축하 선물 등은 법으로 인정되는 사회상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해충돌 방지조항이라는 또다른 산도 남아 있다. 공직자가 교육행정이나 복지업무에 종사할 경우 그 가족이 각각 학교나 병원에서 일한다면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특정업무는 대리인에게 맡기는 방안 등이 있지만 실제 시행시 공직자의 가족은 직업선택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역효과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 여론은 김영란법 통과를 주문한다. 공직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여야 정당은 법안에 무조건 찬성하기도, 문제가 있다고 용기있게 나서기도 어렵다. 김영란법이 상임위 문턱을 넘고도 여전히 뜨거운 이유다.
 
김영란법 향한 두 시선…"취지 공감" vs "역기능 우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용태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비롯한 소위원들이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등 법안들을 심사하고 있다. 2015.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권이 2월 국회에서 김영란법 우선 처리를 합의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당장 내년 2월부터 시행이다. 비록 시행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남았지만 기존 관행과 법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 민원 해결사인 국회의원들도 김영란법으로 형사처벌과 과태료를 걱정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 우려…과도한 규제로 소통 순기능 저해 
13일 국회, 정부 등에 따르면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공직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이 나온다. 법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사회생활의 근본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전한다. 

직접적으로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들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해 실효성이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민원인들을 만나기 꺼려하게 되면서 소극적인 정책집행, 나아가 복지부동의 공직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걱정도 들린다. 정부부처의 A공무원은 “업무로 민간인을 만나는 것이 부정청탁이 될 수 있다면 공무원들은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민관 협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인데 행동의 제약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공무원들에게 형사처벌은 사실상 공직수행에 있어서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며 100만원 초과 수수시 직무연관성 관계없이 형사처벌토록 한 규정이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우리사회에서 국민들의 민원에 가장 취약한 곳은 국회의원실이다. 민원 해결 실적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현실에서 민원과 경계가 모호한 부정청탁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업무가 크게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무위를 통과한 김영란법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하는 것은 예외로 정하고 있지만 ‘공익적인 목적'이라는 포괄적이고 애매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 B보좌관은 “지역의 숙원사업에 대한 민원까지도 자칫 부정청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우려가 있다. 민간기업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C과장은 “대관업무가 사람만나는 건데 솔직히 법이 통과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면서 “모든 업무가 사실상 ‘청탁’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고 전한다.

대관업무가 기업과 정부의 소통채널인데 이들 행위 모두가 부정청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업무 처리과정에서 식사 등의 만남도 불가피한데 이 경우 100만원 미만이라도 과태료 부과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사정기관의 힘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적용을 엄격하게 한다면 김영란 법 적용대상은 무궁무진 해진다. 금품수수 규모, 직무연관성 등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들이 수사기관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공직사화와 민간이 만나는 식사나 술자리, 골프 등이 크게 줄면서 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기대…사회 투명성 획기적 개선 

이런 우려에도 김영란 법이 한발씩 전진하고 있는 것은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한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 동안 암암리에 만연했던 부정한 청탁과 접대 문화 등으로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이해관계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업무상 과도한 민원이 많은데 법이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 같다”면서 “합법적으로 거절할 명분이 생겨서 오히려 좋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D씨는 “공직사회에 대한 만연한 국민 불신이라는 김영란 법이 생긴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법이 비록 실제 적용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공직사회가 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유증을 우려하는 이들도 김영란법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를 한단계 끌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시스템에 의한 운영’으로 바꾸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최종 입법과정에 법안 선의는 살리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후유증이 있더라도 김영란법이 가져올 순기능이 더 크다고 보면 입법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다만 사회 분위기상 후유증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영란부터 이상민까지..인물로 본 김영란법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처음 입법예고됐던 건 김영란 권익위원장 시절인 지난 2012년 8월. 이후 권익위가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로 넘길 때까지 1년,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는데 다시 1년5개월이 걸렸다.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신중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여야가 합의한 2월 임시국회 통과도 장담하긴 이르다. 

법안에 대한 논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애초 법안 발의를 주도한 김영란 전 위원장 부터 앞으로 법사위 논의를 이끌어갈 이상민 법사위원장까지 법안 논의에 관여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인사들도 다채롭다. 이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김영란법 논의 과정을 돌아봤다.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안인 만큼 누가 어떻게 법안 논의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 = 지난 2012년 8월, 권익위가 '김영란법 원안'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당시 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법안이어서 일찌감치 '김영란 법'으로 명명됐다. 김 위원장은 그해 11월 퇴임, 다음해 8월에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을 최종적으로 챙기진 못했다. 이후 정부법안은 금액 기준이 아닌 직무연관성 여부에 따라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4월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입법예고했던 '원안'을 지원 사격하는 등 장외에서 계속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정무위 여당 간사 및 법안소위위원장) = 김영란법이 정무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것은 지난해 4월. 공교롭게도 김 의원이 같은 당 박민식 의원으로 정무위 여당 간사 자리를 넘겨받은 이후다. 후반기 국회 구성은 그해 5월에 됐지만 박 의원이 부산시장 경선에 출마하면서 한달 일찍 바통을 넘겨 받았다. 김 의원은 김영란법 원안이나 정부안 모두 위헌 등 문제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조속히 통과시키라'라는 여론 압박 속에 지난해 5월에는 법안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법안의 위헌 요소를 줄이고 법의 완결성을 높이는데 전력해 법안소위 위원장으로 현재의 김영란법을 의결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정무위 야당 간사) = 여당에 김용태 의원이 있었다면 야당엔 김기식 의원이 있었다. 정무위 전반기 법안소위 위원, 후반기 야당 간사로 김영란법 논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야당의 대표적인 법안 전문가 답게 논리적인 문제점을 계속 파고들었다. "사립학교는 촌지 받고, 공립학교는 촌지 받으면 안되느냐"고 지적하는 등 적용대상이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종사자 등으로 확대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역시 여론 압박과 제대로 된 법안 만들기 사이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 법안 심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누구 못지 않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공직사회 혁신 방안의 하나로 국무회의와 국회 연설 등 여러 자리를 통해 수차례 김영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등 국회를 압박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여론과 맞물리면서 박 대통령의 한마디가 갖는 위력은 더욱 컸다.

 

 

◇언론 = 언론도 빼놓을 수 없다. 법안의 세부 내용이 갖는 파장 보다는 김영란법의 취지 등이 주로 보도되면서 '법안을 갖고 실랑이 하는 것 자체'가 개혁을 거부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란법이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법의 완결성은 높아졌지만 적용대상이 확대되는 등 '강도'가 더 쎄진 데도 이같은 언론 보도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성보 권익위원장

◇이성보 권익위원장 = 김영란 전 위원장에 이어 2012년 12월 취임해 김영란법 정부안을 성안했다. 직무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는 쪽으로 내용을 바꿔 '후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법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보통 부처의 차관급이 참석하는 법안소위에 대부분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안의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위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못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무위 주변에서는 이 위원장 스스로도 '김영란법'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

◇이상민 법사위원장 = 앞으로 역할이 더 중요하다. 법사위원장으로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통과에 '키'를 쥐고 있다. 법안소위는 위원장 보다 여야 간사가 주도하지만 위원장이 회의 진행 등을 책임진 만큼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 원안에 가까운 법안을 직접 발의하는 등 김영란법에 높연 관심을 보여왔다. 그동안 수차례 '조속 통과'를 강조해왔지만 법사위로 넘어온 이후에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스탠스가 다소 달라졌다. 지난 1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김영란법의 내용이 바뀌었고, 전문위원 검토도 끝내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촉박하다며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김영란 법 남은 쟁점 ‘이해충돌방지’는 어떻게…

 

 


 

 

 공직자들의 금품수수와 부정청탁을 막아 공직사회의 일대 변화를 꾀하려는 김영란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정무위 차원에서 배제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직 조항이 어떻게 재논의될지도 관심이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당초 김영란 법의 핵심은 금품수수,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방지 등 3가지였다.금품수수는 공직자 본인의 경우 100만원이 기준이다. 100만원이 넘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된다. 부정청탁 금지는 15개의 금지조항과 7가지 예외조항을 두는 것으로 합의됐다.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것이 이해충돌방지 규정이었다. 금품수수와 부정청탁은 공직자의 정상적이지 않은 행위에 대한 규제지만 이해 충돌 방지는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 수행과정에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여서 풀기가 더 어려웠다. 규제 범위가 광범위해지고 자칫 연좌제 등 과잉 입법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정무위 논의에서도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쟁점은 공직자의 존재자체에서 비롯되는 이해충돌 직무의 규정과 이들의 제척․회피 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였다.

당시 논의에서 권익위에서는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범위를 공직자가 직접수행하는 직무로 규정하고 해당 특정직무를 11가지로 유형화한 안을 제안했었다. 이해 충돌 과정에서 공직자의 제척․회피도 관련 직무 수행으로 제한했고 이를 위해 기관마다 이해충돌방지관을 두는 안 등을 내놨었다.

이런 권익위안에 대해서 당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은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2000개 이상의 기관들이 이해충돌의 제척․회피 등의 업무를 처리 하는 실행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권익위 안에 대한 대안도 나왔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직자들의 사전 신고를 통한 ‘투명성’을 확보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직자윤리법의 재산공개와 같이 일정직급 이상의 공직자들이 사전에 이해충돌 대상자가 되는 가족들을 신고하고 해당 기관이 이를 토대로 업무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정무위는 이해충돌 업무를 유형화하는 안과 사전신고를 통한 투명성 확보를 보장하는 안 사이에서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무위는 당초 이해충돌방지 부분을 뺀 김영란 법을 처리하면서 후속 보완도 2월 국회에서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사위가 김영란법을 꼼꼼히 검토해보기로 하면서 법 자체가 어떻게 처리될지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해충돌방지를 보완하는 법 개정은 김영란법의 운명이 결정된 뒤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란법 2월 '우선처리' 합의…실제로 될까
 

 

 

여야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2월 임시국회에서 우선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통과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12일 정무위원회로부터 아직 회부되지도 않은 법안을 상정해서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절차상 문제를 지적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지 않았다. 많게는 국민 2000만명이 적용대상이 되는 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견해가 수용된 결과다.

13일 법사위에 따르면 김영란법은 2월 임시회의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회부돼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의 쟁점이 많고 파장도 커 2소위 위원들도 꼼꼼히 뜯어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당 간사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2월에 야당 전당대회가 있고 구정이 있어서 국회 일정이 충분히 진행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면서도 "최대한 다뤄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고 (법안을) 수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부분은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통과는 되겠지만 전문가 검토보고서가 나오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간사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도 안됐으니까 우선 상임위에 상정하고 2소위로 가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얘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같은당 임내현 의원도 "기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적용 대상) 범위가 너무 넓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어서 이에 대해 법사위에서 논의를 할 것"이라며 "(2월 통과 여부는) 가봐야 안다"고 밝혔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적용 대상 확대보다도) 부정청탁 금지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웬만한 민원인들이 찾아오면 다 부정청탁이 되고 기존 법규를 해석하는 것에 따라서 전부 다 무리한 부탁을 한다고 하면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도 "원칙적으로 김영란법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대상범위를 그렇게 확대시켰을 때 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2월 통과는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은 "문제가 있다면 정무위에 회부할 수도 있다"면서도 "법안을 보고서 회부를 하든가 해야지 아직은 보지도 못했다. 심도 있게 검토를 해서 2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법사위원들끼리 암묵적으로 합의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김진태 의원도 "현재로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다"면서 "개인적으로는 2월달도 성급하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지도부도 통과 입장이고 요새 분위기로 봐서 2월에 안하고 4월에 하자고 해서는 못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대 필수앱 '김주사'

 

 

2016년 9월말. 경제부처 최 모 과장이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저녁 약속 장소와 시간, 참석자 이름이 적혀 있다. 시장 관계자 몇 사람과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한 날이다. 참석자 모두 잘 아는 사람들이다.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곧 앱(애플리케이션) 하나를 실행한다. 최근 출시된 ‘김주사’다. 사람 이름과 직책을 입력하면 곧바로 직무연관성 유무가 표시된다. 1회 식사 접대 한도도 나온다. 식당 이름을 입력하니 접대 한도에 맞는 장소인지 확인된다. 이 식당은 5만원 이상짜리 세트 메뉴만 파는 곳이어서 적합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뜬다. 장소 변경이 불가피하다.

‘김주사’ 앱은 당초 약속 장소 주변의 다른 식당을 찾아준다. 가격, 메뉴 등이 그나마 적당한 곳이다. 과거 교통 정보를 알려주던 내비게이션 ‘김기사’가 필요했다면 요즘은 점심, 저녁을 ‘김주사’에 의존한다. 이른바 '김영란법' 이후 달라진 풍속도다.

집사람 스마트폰에도 같은 앱이 깔려 있다. 친구들과 밥 먹을 때 쓴단다. 김영란법 대상이 최소 1500만명이니 ‘히트’는 예견됐던 바다. “돌다리도 두드려 본다”는 구식 카피가 공직자의 보신주의 감정을 제대로 건드렸다.

이 앱엔 가계부 기능도 있다. 누구와 얼마짜리 밥을 먹었는지가 누적으로 적립된다. 인간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관리는 필요하다. 공인인증서 확인을 거치면 향응 총액 등도 파악할 수 알 수 있다.

물론 적극적인 사람들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대외 접촉을 아예 끊었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거다. 공무원 OB들은 후배들에게 밥 한끼 사 줄 수 없다. 당장 돈은 아끼지만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몸을 움추린 공직자라도 ‘김주사’앱과 연동된 결제 기능은 선호한다. 줄이 길게 늘어선 식당 계산대 앞 풍경에서 힌트를 얻은 부가서비스다. 대부분의 식당이 카드 결제기를 4대 이상 설치해 놨지만 역부족이다. 각자 1만원씩 계산하다보니 밀릴 수밖에 없다. 식당 주인은 번거로운데다 수수료만 더 나가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다.

앱의 ‘가족 관리’를 터치하면 장인, 장모, 처형, 처제 등 처갓집 식구 전화번호는 물론 직무연관성, 주고받은 선물과 가격 등이 정리돼 있다. 증권사에 다니는 처제의 집들이 선물로 무엇이 가능한지 검색도 가능하다. 이름만 있을 뿐 연락처가 없는 친척도 있다. 왕래가 없는 이들이다.

그러고보니 엊그제 신문 기사가 떠오른다. 제목이 ‘정치권, 가족분리제 도입 검토’였다. 친인척이더라도 일정 기간 왕래가 없어 가족 친밀도가 떨어지면 가족 분리를 해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영란법 시행 후 별다른 왕래가 없던 친인척 때문에 피해를 본 고위공직자가 생긴 때문이다.

찬반이 엇갈린다. 가족중 척을 진 이들이 김영란법을 악용, 해코지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게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선의의 피해자는 막자는 얘기다. 반면 가족 분리를 허용하면 김영란법을 피해갈 길이 생긴다는 반론도 적잖다. 1년 전이라면 얘깃거리도 안 됐을텐데 지금은 핫이슈다.

일부에선 ‘김주사’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단다. ‘김영란법’이 위헌소송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게 주된 근거다. 김영란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 ‘김주사’의 필요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입력해 놓은 정보의 위험성이다. 검찰 입장에선 접대, 향응의 좋은 증거가 된다. ‘김주사’가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검찰이 직무연관성을 주장하면 방도가 없다. ‘김주사’가 유권해석의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주요 정보만 입력하지 않는다면 ‘김주사’만 한 게 없다는 마니아들의 충성도가 여전하다. ‘김주사’는 히트를 쳤지만 식당, 골프장 등은 죽을 맛이다. 실제 김영란법 시행 후 지표가 좋지 않다. 정부는 다음달중 접대비 한도 한시적 인상, 카드 수수료 인하 등‘소비 활성화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기사를 쓰다가 꿈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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