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님, 유권자는 소비자입니다

[the300][문재인 대표에게 쓰는 편지-3]유권자=소비자…'새줌마'에서 배울 점

김성휘 기자 l 2015.05.07 15:28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29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7일 인천 강화군 갑곶리 강화풍물시장을 찾아 신동근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다 한 상인이 내민 김치를 먹고 있다. 2015.4.27/뉴스1


미국은 우리에게 거의 모든 정치행위의 모델국가입니다. 미국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말입니다. 미국서 선거운동의 양상이 바뀐 시점이 몇 차례 있는데 1992년이 그중 하나라고 합니다.

1992년 빌 클린턴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민주당의 클린턴은 현직 대통령이던 공화당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무소속 억만장자 로스 페로와 대결합니다. 이때 클린턴캠프는 상품·서비스에 적용하던 마케팅을 정치에 도입해 성공을 거둡니다. 유권자(소비자) 마음 속에 클린턴의 자리를 잡고(포지셔닝) 상대의 약점을 강조하며 클린턴의 상품가치를 최대한 높였습니다.

"현대의 선거는 점차 마케팅화하고 있다." 바로 그 1992년 미국 대선을 연구한 브루스 뉴만 듀폴대 교수의 말입니다. 해외이긴 하지만 무려 23년전에 이미 마케팅 선거가 본격화한 것입니다. 정치마케팅에 도가 지나치면 뻥공약 퍼레이드가 되겠지요. 역풍이 불 겁니다. 그렇다고 선거에 마케팅과 세일즈 개념을 도입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할 수 없습니다. 유권자는 곧 정치라는 서비스의 소비자이니까요. 여기서 진짜 상품은 정치인이란 인물이 아니라 그가 당선돼 집행할 정책변화일 겁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대선과 4.29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까. 새누리당의 재보선 지역일꾼론이야말로 마케팅 선거에 충실한 전략입니다. '새줌마' 슬로건은 물론이고요. 인천 강화에선 쌀 수매, 관악에선 오신환 후보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으로 지명하겠다, 성남에선 신상진 후보가 당선되면 원하는 자리를 주겠다는 이른바 '보직 백지수표'를 내밀었습니다. 그걸 통해 각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본다는 약속을 한 거죠. 여당이니까 가능한 측면이야 있겠지만 그보다 선거에 임하는 여야의 자세와 전략 차이가 컸다고 봅니다.

지금 유권자는 내 삶을 바꿔줄 좋은 정책, 그 정책을 실현해줄 유능한 정당에 마치 소비자가 지갑을 열듯 표를 찍어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문 대표는 이제 '정치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공략해야 할 것입니다. 문 대표가 능력있는 홍보전문가를 당 밖에서 찾으려 한 것도 바로 이점에 공감하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보수·진보 사이에 전선을 긋고, 야권 지지층의 분노투표를 조직화하고, 흔들리는 부동층을 위해 메시지 한두개 던진 다음 낚시에 물고기가 걸리길 기다리듯 '몇 퍼센트 차의 승리'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철지난 선거기술 아닌가요.

"여의도 특유의 이상한 정치논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표는 '대선후보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어야 한다, 사퇴 안한게 패인 중 하나'라는 시각에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문 대표는 그 '이상한' 동네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발 담근 정도가 아니라 제1야당 대표입니다. 관찰자나 참모,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그 이상한 논리를 문 대표가 생각하는 상식과 합리로 바꿔놓기 위해서라도 새정치연합이 바뀌어야 하고 문 대표 스스로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 기자, 내 정치성향을 떠나서, 야당이 바로 서야 한다고 봐. 누가 (정권을) 잡든 한 쪽으로 쏠리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돼 있어요. 문재인이 정말 잘해야 돼."

제 은사님의 최근 말씀입니다.
문재인 대표에게 쓰는 3개의 편지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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