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특허법원, 관할 집중화로 '빛 볼까'

[the300][런치리포트-반쪽 특허법원, 해법은···①]

유동주 기자 l 2015.11.04 05:51

사진=특허법원 홈페이지


‘특허법원 관할집중‘ 문제가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군사법원 폐지, 상고법원 설치, 사법시험 존치, 사형제 폐지 등 반대가 만만치 않은 다른 법사위 현안들과 달리 지난달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특허법원 관할집중은 일반법원과 특허법원으로 이원화 돼 있는 특허 관련 소송을 충남 대전에 있는 특허법원으로 일원화해 법률서비스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법원 조직체계에 적잖은 변화를 주게 되고 소송 당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논의가 간단치 않다.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과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등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허법원 키우자"…산업계도 동의 


특허 관련 소송은 크게 3종류로 구분된다. 모두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3심 재판인데 특허 권리에 대한 인정여부를 다투는 ‘심결취소소송’은 '특허심판원-특허법원-대법원'을 거친다. 특허권을 허락없이 사용하는 경우와 관련된 '특허침해소송'은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 순이다. 특허청이 낸 행정처분에 불복할 경우 서울행정법원(혹은 행정심판)-고등법원-대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대전에 있는 특허법원은 3가지 특허소송 중 '심결취소소송'의 2심만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반쪽 자리' 특허법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허침해소송까지 특허법원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특허침해소송 1심 재판은 전국 58개 지방법원(90% 이상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심은 일반 고등법원(90% 이상 서울고등법원)에서 담당한다. 이것을 1심은 고등법원 소재 지방법원 5곳(서울, 광주,대전, 대구, 부산)에서 맡고 2심은 '특허법원'에서만 취급하게 하자는 것이 '특허법원 관할 집중'의 핵심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갈수록 심화되는 국제 특허 경쟁에서 우리 특허법원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원화된 특허소송체계가 판결의 전문성과 일관성, 효율성 부족으로 이어져 소송 당사자들에게 불만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계와 특허관련 업계는 특허법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특허법원 관할집중을 얘기하는데 이를 통해 특허소송제도의 선진화를 꾀할 수 있고 산업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협'반대, 이유는...


관할집중 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특허법원이 대전에 있다는 것이다. 대전은 특허청과 특허법원, 특허정보원, 특허연수원 등이 입지해 있는 등 사실상 '특허 거점 도시'로 계획됐다.

 

특허법원의 전문성을 인정해 소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관계기관이나 업계도 의견을 같이 하지만 특허법원의 위치문제와 각 계의 입장차로 세부 사항에선 의견이 갈린다.  

특허법원의 '지역 접근성 제한' 문제는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의 주요 반대 논거다. 특허소송 참여자인 기업과 개인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 우리 현실에서 대전 특허법원에 관할집중을 할 경우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총 1400여건의 특허침해사건 중 90%를 서울중앙지법이 담당했다. 대구·부산·광주의 경우 10~20여건에 불과하다. 현재 법사위에서 만들어진 상임위 대안은 1심은 고등법원 소재지 5곳 지방법원에서 담당하고 2심부터 대전 특허법원에서 다루도록 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서울중앙지법의 전문성을 인정해 '전속관할'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지역 고등법원 소재지에 있는 지방법원에서 1심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법사위 대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2심부터는 사건이 '대전'으로 옮겨지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변협은 소송당사자 등이 대전으로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허사건의 경우 대부분 전문 변호사가 법률 대리인으로 선정된다. 전문 변호사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어 대전 특허법원으로 가야하는 불편을 호소하는 셈이다.   

법무부도 변협과 같은 '지역 접근성'논리로 반대했으나 지난 달 열린 법안심사소위를 기점으로 반대의사를 사실상 접었다.

 

이에 대해 "특허소송의 전자소송 활성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게다가 법사위 대안은 서울중앙지법의 중복관할과 재량이송을 허용하고 있어 관할집중이 시행되더라도 1심의 경우 여전히 서울에서 특허침해소송을 다룰 수 있다. 법원 내부적으로 특허법원의 '서울분원'을 설치해 접근성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변협이 반대하는 배경에는 소송 대리권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변협과 변리사회는 특허침해소송의 '소송대리권'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변협은 현재 특허심판원의 심결취소소송에만 변리사의 소송대리가 허용되는데, 특허법원 관할집중이 되면 특허 침해소송 '소송대리권'도 변리사에게 허용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특허법원을 강화하고 특허보호를 더욱 강력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특허산업보다는 외국의 이른바 ‘특허괴물’ 권리를 보호하는 역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얘기도 한다. 국내 특허권 보호경향이 강해지면 첨단 특허를 보유하며 소송전을 벌이곤 하는 '특허괴물'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하거나 더 높은 로열티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우리 산업계가 보유한 특허가 세계 5위권일 정도로 특허등록이 활발한 지금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평가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특허능력을 보유한 만큼 그에 걸맞는 특허법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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