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산업' 고려해 '전문성' 갖춘 '특허법원'만들어야"

[the300][런치리포트-반쪽 특허법원, 해법은···③]

유동주 기자 l 2015.11.04 05:53

사진= 특허법원 홈페이지


특허법원은 1998년 문을 연 후 2000년 대전 특허청 시대를 맞아 대전에 자리잡았다. 2003년 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특허침해소송 등을 특허법원에서 모두 담당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 법원은 큰 변화없이 각 지역법원에서 특허침해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특허산업 종사자들은 현재 특허법원이 특허심판원에서 올라오는 심결취소소송 뿐 아니라 특허침해사건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전문성’이다. 특허침해소송은 특허를 침해받은 경우 해당 권리를 갖고 있는 당사자가 권리구제를 받기 위한 소송인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 판사에게 침해여부를 판단하게 하고 손해배상액 산정 등을 맡기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다.



◇'전문성'부족한 특허재판 담당 판사

 

특허업계에서 유명한 A변호사는 특허소송을 처음 맡게 됐을 때의 ‘아찔함’에 대해 얘기했다.


인문계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판사가 된 그의 공학 지식은 고등학생 수준이었다. 지방법원에 부임하자마자 특허소송을 맡게 된 A변호사는 노량진 입시학원과 자격증학원을 다녀야 했다. 법조계 지인을 만날까봐 모자를 눌러 쓴 채 물리·화학·생물을 다시 공부했고 이런 과정을 거친 뒤 관련 사건 재판을 맡으면서 특허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최근들어 공대 출신 판사가 늘어나는 등 판사의 출신 학부가 다양화되고 있지만 절대 다수는 아직 법대 출신이다. 특허업계에선 법원의 특허소송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견해가 적지않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2012년 설문조사에서 특허소송을 경험한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70% 가 "우리 법원이 특허 소송에 전문성이 없다"고 답했다. 92% 는 "특허침해소송에 관할집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허권 '산업적'특성 고려한 '특허법원'으로 키워야


특허 등의 무효 여부를 다루는 심결취소소송은 특허법원이, 침해 여부를 다루는 특허침해소송은 일반법원으로 이원화 돼 있어 동일한 특허에 대해 침해소송과 무효소송의 결과가 다르게 나오거나 서로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국적 기업인 킴벌리 클라크와 쌍용제지의 특허소송은 무려 11년 8개월을 끌었다. 심결취소소송과 특허침해소송은 절반 이상이 연계돼 있는 데, 침해소송과 취소소송을 다루는 법원이 다르다 보니 특허 무효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등의 지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송지연은 '특허기술'을 보유한 중소업체가 대기업 등에 의한 특허권 침해에 대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소송지연전략으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사례는 특허법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법관 '순환근무제'가 법관들의 전문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법관들은 근무지와 담당업무를 3년 이내 단위로 변경한다. 특허전문 법관을 양성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의 B변호사는 "우리 법원의 특허 사건 승소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침해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은 평균 7000여만원에 그치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100억원이 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특허권에 대한 산업적 인식이 강하다"며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특허법원의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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