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채고 부풀리고…국회의원 '예산확보 자랑' 백태

[the300]

박용규 지영호 기자 l 2015.12.04 17:43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2016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찬성 197인, 반대 49인, 기권 29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15.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지역예산 성과 부풀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무관심했던 지역사업 예산이 본회의를 통해 반영되자 슬그머니 자신의 공로인양 성과를 가로채기도 하고, 정부 원안보다 축소된 예산을 반영부문만 강조해 성과로 홍보하는 식이다. 유권자들은 부정확한 정보를 제시한 의정보고서나 자화자찬식 기사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3일 통과된 새해예산안 중 철도기본계획 수립 예산은 100억원이 증액됐다. 춘천-속초 고속화 철도·남부내륙고속철도·인천발 KTX·수원발 KTX 사업 등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는 즉시 관련 예산을 집행한다고 부대의견을 붙였다.

하지만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수원발 KTX사업을 위해 관련 예산 100억원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부대의견에 따르면 100억원은 4개 사업을 위한 예산이다. 정 의원은 이 돈을 지역구 사업 한곳의 예산으로 포장한 것이다.

재정당국과 '딜'을 해 당초 정부안에 없던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는 사례도 있다. 지역 사업이 무산되자 이에 대한 보상으로 신규 사업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해당지역에는 '공로'가 될수 있지만 전체 국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은 훼손됐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청소년해양교육원 설계비를 기재부가 반영해주지 않아 대신 여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여수산단 실내체육관 건립비 20억원을 신규 반영해달라고 요구해 최종 반영했다고 밝혔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하는 경우는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해당 지역구 사업이 일부 포함된 국책사업 예산을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는 경우다. 대부분이 덩치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일부 포함된 서울-문산간 고속도로 관련 예산 500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정부원안에서 가장 많은 2000억원이 삭감된 사업이다.

대구순환고속도로(안심~지천~성서) 예산 1835억원을 따냈다(홍지만 새누리당 의원)거나 서해안복선전철(홍성~평택~송산) 예산 2337억원을 확보했다(유의동 새누리당 의원)는 자화자찬도 비슷한 사례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총 2068억원을 확보했다면서 당진-천안 고속도로 800억원을 자신의 성과 포함시켰다.

의원들간에 비방전도 치열하다.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 의원인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의원측은 3177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이지역 출마를 고려 중인 주영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은 이의원이 직접 중액시킨 예산은 고작 6억원 뿐이라고 자료를 냈다. 현역 의원인 두 의원의 주장이 무려 530배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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