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 장악 이한구 '폭주'...비박, '윤상현 파문'에 희망

[the300]친박, 최고위 이어 공관위도 우위 확인, 과도한 공천 관여 의혹은 부담

박용규 기자 l 2016.03.11 17:05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6.3.11/뉴스1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비박(비 박근혜)계 공관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3차 공천심사 발표를 강행했다. 이 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으로 공관위가 파행을 겪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박(친 박근혜)가 공관위를 장악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결과가 됐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가운데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는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의 공천 개입 시도 의혹 및 당 대표에 대한 폭언 이슈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11일 정오께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 35곳, 단수추천 27곳 등 총 62곳에 대한 3차 공첨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안산단원갑 김명연 △시흥갑 함진규 △충남아산갑 이명수 △인천서구갑 이학재 △수원시무 정미경 △김포을 홍철호 △대전동구 이장우 △전남순천시 이정현 △영암무안신안 주영순 △수원갑 박종희 의원 등 현역의원들이 다수 단독추천을 받았다.


 경선대상 35곳은 1,2차와 마찬가지로 주로 2~3명, 많게는 4명까지 후보를 압축해 발표했다. 인천 연수구을은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를 자처하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과 유승민 의원계인 민현주 의원(비례대표)과의 맞대결이 확정됐고, 부산 기장군은 '진박'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과 안경률 전 의원, 김한선 전 육군 53사단 사단장이 3파전을 벌인다. 2차 발표에 이어 이날도 우선추천 지역, 현역 컷오프(공천배제) 등 계파 갈등이 불거질 내용들은 배제됐다. 이날 62곳이 추가되면 새누리당은 전체 지역구 253곳 중 143곳의 공천 방식을 확정했다. 형태별로는 단수추천이 40곳, 경선이 89곳, 우선추천이 4곳이다. 


 친박과 비박간의 공천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발표는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등 비박계 공관위원들이 빠진 채 이뤄졌다. 두 사람은 김무성 대표의 경선 지역 발표 누락 과정에서 이한구 위원장의 독단 운영을 문제 삼아 회의 불참을 선언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다른 모든 공관위원들이 참여한 상황에서 발표와 심사가 강행돼 결과적으로 공관위를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음을 확인해준 셈이 됐다. 공관위는 당내 인사 5명과 외부인사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2명을 제외한 9명이 이 위원장의 뜻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공관위 결정에 대해 최고위원회에서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3분의 2(8명)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할 경우는 최고위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최고위도 친박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비박계가 친박계를 제어할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카드가 없는 건 아니다. 친박 핵심인 윤 의원이 공천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친박계가 적극적인 우선공천에 나설 경우 당 차원에서 결정한 '상향식 공천'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격이 돼 여론부담이 만만치 않다. 특히 당 대표에 대한 '욕설'에 가까운 발언들이 담긴 윤 의원의 통화 내용이 공개돼 있어 친박계의 공천 관여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따가운 상황이다.

 

 비박계는 이런 여론의 흐름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친박계가 원하는 우선공천 숫자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비박계가 이미 공천위와 최고위의 장악력을 상실한만큼 최소한 대구경북(TK), 서울 강남 등 여당 텃밭지역에서는 친박의 요구를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는 "오늘로 공관위가 친박에 의해 장악된 것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남은 공천 과정도 김 대표로서는 힘든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상현 녹취록' 파문에 대해 "지금 말하면 나는 망한다"며 침묵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그동안 침묵을 지켰는데 내가 나중에 이야기할 때 한꺼번에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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