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88골프장…보훈처, 매각대금·운영수입 '중복계산'

[the300][집중분석-2015 결산 "내 세금 이렇게 샜다"]국가보훈처

배소진 기자 l 2016.07.12 05:59



8년째 '매각 시도' 중인 88골프장에 대한 매각 작업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국가보훈처는 '기금수입'으로 골프장 매각대금과 운영수익을 동시에 계산, 기금 규모를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11일 국회 예산정책처 '2015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88컨트리클럽(88골프장)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골프장 매각 대금 1227억원과 과 운영수입 316억1300만원(12개월분)을 동시에 고려해 보훈기금 운용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사업 중 여유자금운용에도 골프장 매각대금을 반영해 계획액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골프장 운영과 관련된 사업도 여전히 추진 중이다.

팔리지도 않는 골프장의 매각대금을 매년 기금운용 계획에 반영하다보니 수납률이 저조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예정처에 따르면 2015년 보훈기금 기타재산수입 수입 계획액은 1658억3900만원이었지만 최종 수납액은336억3600만원에 불과했다. 수납률은 20.3%에 불과하다. 과거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평균 수납률은 20.22%다.

예정처는 "계획과 실적의 차이는 보훈기금 규모에 대한 왜곡을 발생시킨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골프장 매각 대금을 포함한 기금운용계획 마련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공기업 선진화 기본방침'에 따라 매각이 결정된 88골프장은 2009년부터 4차례에 걸쳐 매각 공고 및 가격입찰을 했으나 응찰자가 없어 모두 불발됐다. 당시 한국감정원은 4300억원의 감정평가액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88골프장 매각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5월 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에 88골프장 매각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기금이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이 목적에 맞지 않고 골프장 운영수익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골프장을 매각하는 것이 수익률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지난 5월에는 88골프장의 효율적인 매각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까지 발주한 상태다.

하지만 예정처는 "2011년 8월 이후 매각 공고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골프장에 대한 감정평가 역시 2009년 이후 7년이 지났으나 재평가되지 않아 골프장에 대한 평가액 역시 현실성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골프장 매각에 대한 감정평가를 재실시하고 매각 여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제시 등 실질적인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보훈처의 연구용역개발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예정처에 따르면 보훈처 연구용역개발 중 수의개약 비중은 2013년 87.5%, 2014년 100%, 2015년 95.5%로 높은 수준이다. 보훈정책개발 사업 2015년 예산은 9억9200만원으로 이 중 9억4000만원이 집행됐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에 따르면 모든 계약은 기본적으로 공개경쟁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예외사항을 두고 있다. 예외는 △국가안전보장 등에 준하는 보안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 △용역 추정가격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특수 지식이나 기술, 자격 등을 요구하는 경우 등에 한해 인정된다.

국가보훈처는 국가보훈에 대한 전문성때문에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원이 많지 않다는 점을 수의계약 비중이 높은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예정처는 "'나라사랑 안보체험 및 교육시설 건립방안 연구', '나라사랑상징물의 이미지 홍보 및 대체방안에 관한 연구' 등이 국가안전보장에 준하는 보안상의 필요가 있거나 특수한 지식·기술 또는 자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수의계약 당사자 역시 16곳에 해당, 용역수행 업체가 소수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일반경쟁을 통해 충분히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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