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특위, 질본 소극적 대처 도마위…"CMIT/MIT에 면죄부"

[the300]17일 복지부·질병관리본부 등 기관보고…"보건당국 책임 자유롭지 못해"

김세관 기자 l 2016.08.17 14:30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국회에서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둘째 날 기관보고에서는 보건당국의 소극적 대처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더 키웠다는 성토가 주를 이뤘다.

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포함),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체에 대한 기관보고를 실시했다.

특위 위원들은 보건당국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원인미상 폐 손상의 원인을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고 밝혀낸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점을 주요하게 질책했다.  

질본은 2008년 원인미상 폐 손상 환자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었지만 화학물질이 아닌 감염병에 대한 질환만을 검토해 원인파악에 실패했었다. 이후 2011년 환경성 질환을 포함한 역학조사를 재차 진행, 그해 8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 제자 및 제품 출시 자제를 권고한다.

2011년 11월 중간발표에서도 같은 결과를 발표, PHMG등 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강제 수거했고 2012년 2월 원인미상 폐질환과 가습기살균제 사용 간의 관련성을 최종확인했다. 다만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MIT에 대한 관련성은 입증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CMIT/MIT를 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 등은 현재 검찰의 수사선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질본이 너무 자신들의 업무를 감염성 질환에만 국한해 (2008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며 "CMIT/MIT도 동물실험에서 유해성 입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사실상 (일부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질본은 2011년 중간발표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 제품 출시 자제 권고만 했다"며 "법에 의해 국민건강에 위협을 줄 우려가 있으면 제품을 회수하게 돼 있다. 출시 제지가 몇 개월(그 해 11월) 지나면서 추가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이 (보건당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도 "(2011년)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은 '다수기업과 관련된 만큼 섣불리 발표했다가 정부가 기업에게 공격당하고 망신당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며 "질본이 기업들 걱정하느라 국민안전을 120일 가량 놓쳤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질본이 CMIT/MIT가 폐손상의 원인이 아니라고 발표할 당시 실험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실험 환경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당시 (CMIT/MIT)에 대한 동물실험 표준화 기구를 갖춘 곳이 두 군데 밖에 없었다"며 "가장 중요한 농도(한 가지 조건에서만) 실험 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가습기살균제가 널리 쓰이는) 겨울을 앞두고 문제 있는 제품을 수거해야 해서 (급하게 CMIT/MIT 실험을 진행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추후(최종 발표를 한 2012년 2월 이후)에라도 제대로 된 조건과 상황에서 물질 자체에 대한 독성 시험이 이뤄져야 했다"며 "그걸 하지 않아서 4~5년 세월이 지나도 CMIT/MIT가 들어간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에 대해 제조사(SK메미칼, 애경 등)가 법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12월 이후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가습기살균제가 식약처의 허가 없이 버젓이 유사 제품 형태로 판매됐다는 비판도 이날 제기됐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균닥터'라는 제품은 제품 설명에 식품첨가물 혼합제라고 써 놓고 사용방법에는 가습기에 넣고 살균용으로 사용하라고 돼 있다. 주성분이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한)SDT인데 버젓이 허가도 안 받고 시중에 판매됐다"며 "제2, 제3의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나. 어떻게 정부를 믿고 시판되는 제품을 사서 쓰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미리미리 걸러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기구 소독제로 판매되면 문제가 없는 제품이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 (가습기살균제 용도로까지) 팔리다 보니 추적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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