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8월 임시국회…통과 못한 11조 추경

[the300]31일 본회의 가능성 희박…정기국회로 넘길듯

배소진 기자 l 2016.08.31 17:47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본회의가 연기되고 있다. 여야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뒤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보육예산 항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이날 오전 8시로 예정됐던 예결위가 무산됐다./사진=뉴스1


8월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1일 국회는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끝내 처리하지 못했다. 8월 내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여야의 합의도 재차 무산됐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을 비롯한 교육시설비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31일 오전 여야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 인근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추경안 막바지 협상에 나섰지만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데는 실패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날 오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전화통화에서 협상 결과에 대해 "아직은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 도중 "예결위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정부여당으로서 책임감과 인내를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발언, 녹록지 않은 상황을 에둘러 전했다.

여야 3당 간사는 오후 들어서도 물밑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날 중 본회의를 개최하는데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형편이다. 현재 예결특위는 추경안 증감액을 확정짓지 못한 채 추경안등조정소위원회 단계에서 멈춰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소위와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의결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또 합의가 뒤늦게 이뤄지더라도 정부에서 예산총량 등 서류점검 작업을 하는데도 5~6시간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지난 29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처리한 누리과정 우회지원을 위한 교육시설비 예산이다.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시·도교육청의 채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예산 6000억원을 편성했다. 야당은 이를 '민생예산'이라며 관철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여당은 누리과정의 경우 지방채 상환비용을 우회지원하는 것은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예결특위 심사과정에서 3000억원 증액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고 새누리당은 200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즉 1000억원의 차이가 11조원의 추경안을 멈춰세우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당이 2500억원 규모의 예산편성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양 당 모두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정부동의가 없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전날 2000억원을 제시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더민주도 2500억원 안을 받았으면 모든 게 끝났을 것"이라고 양 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건 여야 모두 이번 추경안을 정기국회를 앞둔 '전초전'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추경금액에 따른 이견이 있는 게 아니라 추후 정기국회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게 국회 안팎의 중론이다.

1일 시작되는 20대 첫 정기국회는 누리과정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등 '증세'를 둘러싼 일전이 예상되고 있다. 국정감사 뿐 아니라 추경안 처리 조건으로 내걸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청문회), 농민 백남기 선생 청문회 등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도 당장 닥친 현안이다.

'여소야대'국면에서 여당은 야당이 쟁점현안에서 수적우세로 밀어붙이는 것을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 반대로 야당은 '총선민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여야 모두 대선을 앞둔 이번 정기국회가 물러설 수 없는 무대고, 이번 추경안 처리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추경안의 경우 교육시설비 총액을 일부 조절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루고 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번 추경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과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한 '민생추경'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만큼 처리가 계속 늦어질 경우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르면 1일, 늦어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있는 5일~7일 중에는 처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추석 전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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