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대부업 성장, 규제 강화

[the300]종합

김성휘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10.07 08:58
금리 제한해도 살찐 대부업, 지점 1만개·대출잔액 13조원

러시앤캐시 등 대형 대부업체 710곳이 7월25일부터 금융당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감시 대상은 자산규모 120억원 이상인 업체, 대부채권매입추심업을 영위하는 업체, 대기업 금융회사 계열인 업체 등이다. 사진은 25일 서울 강남구 러시앤캐시. 2016.7.25/뉴스1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대부업체 아프로파이낸셜은 올 8월 현재 2조6813억원의 대출잔액을 기록했다. 2012년 1조4774억원에서 45% 늘어난 부동의 업계 1위다. '산와머니'의 산와대부가 2조3027억원으로 2위, 리드코프(3위) 미즈사랑(4위)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10개 업체 대부분 최근 4년간 대출잔액이 증가했다. TV를 틀면 흔히 광고를 볼 수 있는 업체들이다.

국회와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2013년부터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춘 동안에도 대부업 대출잔액과 이용자는 늘어난 걸로 나타났다. 동시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도 증가했다. 대부업은 금리가 높아도 사업자금, 생계비용이 필요한 저신용 서민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여야는 금융당국에 대한 올해 국정감사에서 대부업 관리정책과 불법 사금융 단속을 요구하고 법 개정에도 나설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6일 국정감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박찬대 의원(이상 정무위원회), 심재철 국회부의장(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등에게 제출한 대부업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한금리를 낮추는 동안 등록업체와 불법사금융을 가리지 않고 대부업시장은 팽창했다.

정치권은 2013년 12월 당시 대부업 법정최고금리 50%, 시행령상 실질 최고금리 39%를 법정 40%, 실질 34.9%로 낮췄다. 2년 뒤인 2016년 3월에는 아예 법정 상한을 27.9%로 하되 2년 뒤 재심사하기로 했다.

이 기간 대부업계는 업체 수, 대부잔액, 사용자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잔액 총액은 13조2600억원으로 4년 전인 2012년 8조7000억원에 비해 52%, 4조5600억원이 늘었다. 올해 8월 현재 상위 10대 기업의 대부잔액은 8조3520억원, 거래자는 164만4652명이다. 이 또한 4년 전인 2012년 4조9208억원, 거래자는 159만5403명인 데서 각각 늘어난 결과다.



업체 숫자도 증가했다. 9월 현재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본점과 지점을 포함, 모두 9932곳이다. 본사 기준, 법인세를 납부한 대부업체도 해마다 늘었다. 법인세를 납부한다는 것은 영업이익을 낸다는 뜻이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를 납부한 대부업체는 2011년 671곳에서 지난해 937곳을 기록했다.

이런 현실은 '대부금리를 인하하면 불법 사금융이 증가한다'며 풍선효과를 우려한 업계의 논리를 무색하게 한다. 대부업계는 합법적 등록 대부업체들의 수익성이 하락, 시장활동이 위축되면 그 수요가 고스란히 미등록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해 오히려 이용자 피해가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 최고금리를 낮추는 동안에도 등록 대부업체들은 팽창을 거듭했다.

물론 불법 사금융도 줄지않고 관련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신고·상담접수 현황에 따르면 미등록 대부 관련 신고는 2013년 983건, 2014년 1152건, 지난해 1220건으로 늘었고 올들어 8월까지는 지난해 연간보다 많은 1562건 접수됐다. 유사수신 신고는 2013년 83건이던 것이 지난해 253건, 올해 8월까지는 393건이다. 

이 같은 사실은 대부업 최고금리 추가인하와 광고 등 영업을 규제할 필요성을 높인다. 아울러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예방도 요구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3일 금감원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제윤경 의원은 "금리인하 이후에도 풍선효과는 없었다"며 "금융당국은 국민의 편에서 최고금리 인하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의원은 "음지에서 영업하고 있는 미등록 대부업체를 양지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너무 잘나가는 대부업? 금리규제·광고금지 힘 받나



정치권이 고민하는 대부업 추가 규제는 금리와 광고 두 분야로 집중된다. 6일 현재 국회에선 이미 단계적으로 낮춘 최고금리를 이자제한법과 같은 수준까지 더 내리고, 대부업 TV 광고를 금지하자는 방안이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시중금리는 이자제한법이 적용되지만 대부업체는 별도의 대부업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자제한법 최고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정치권은 이런 제도가 비정상적이라며 대부업법을 없애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대부금리를 더 낮춰야 서민 피해가 줄어든다고 본다. 시중은행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대부업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은 제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의 생계자금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상 급전 등으로 쓰인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국내외 서민금융 이용행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대부업 대출금 중 가계생활자금은 62%로 2012년(55%)보다 7%포인트 증가했다. 소득이 낮거나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대부업 이용률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부업 상한금리를 현행 이자제한법처럼 연 25%로 제한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8월 제출했다. 이 법이 연내 통과된다면 2013년부터 세 번째, 올 들어서만 두 번째 대부금리가 제한받는 셈이다.

같은 당 제윤경 의원은 7월 대부업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동시에 대표발의했다. 19대 국회는 대부업 대출상품 TV광고방송을 청소년 시청 시간대에 한해 금지했다. 그러나 IPTV 보급 등 환경 변화에따라 누구나 언제든 VOD 콘텐츠로 대부 광고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방송법 적용을 받는 공중파, 케이블, 종편 등 방송 뿐 아니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등에 대해서도 대부업체 등의 TV광고를 전면 금지하자는 것이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대부업 법정최고금리 27.9%와 사채에 대한 이자제한법상 법정최고금리 25%를 기준금리 1.25%의 10배 이상을 넘지 않는 선으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19대 의원)은 "27.9%까지 낮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상적 경제활동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수준을 넘는 고금리"라며 추가인하를 강조했다.

대부업계는 난색을 보인다. 대부업체는 자금조달에 규제를 받는만큼 금리가 무조건 업체 이익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업 대책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정감사 과정에 드러났듯 대부업 상한금리를 내려도 대부업 시장은 팽창했다. 내수경기 악화, 자영업 증가 등 다른 조건 변화가 대부 사금융 수요를 늘렸다. 대부업 금리가 내려가자 저축은행 대출과 금리차가 줄어 경쟁이 벌어지고 양 업권의 구분이 약해진 변화도 있다. 대부업 1위 아프로파이낸셜은 러시앤캐시와 함께 OK저축은행을 운영 중이다.

새누리 '중금리'- 더민주 '탕감' 서민금융 대책 지금은



6일 여야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서민금융 대책은 '중금리', 더불어민주당은 '채무탕감'이 핵심이다. 채무전환은 중금리 전환대출 확대로 고금리 부담에 숨통을 틔워준다는 것이다. 반면 더민주는 소액장기채권을 소각하자는 것이어서 온도차가 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10%대 중금리 대출 상품을 만들어 고금리 대출자의 이자부담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인터넷전문은행, 국민의당은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에서 중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방안에 각각 무게를 둔다. 여신전문금융업체나 대부업체 대출금리가 통상 20%를 넘는 반면 제1금융권의 대출금리는 한자리 수다.

유의동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경우 신용등급 4~7등급 중신용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를 연간 2조원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4~7등급 중신용자들이 대부·저축은행 등에서 평균 21.2% 금리로 이용하는 신용대출 잔액은 56조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8%대 중금리 상품을 공급하고 56조원 중 30% 가량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용한다면 줄어드는 이자부담이 2조원이라는 계산이다.

반면 더민주는 회수 불가능한 소액장기채무를 탕감해 서민들을 가계빚에서 해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첫째 현재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000만원이하 10년 이상 연체채권, 즉 이미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일괄 소각해 없애자는 것이다. 더민주는 이를 통해 약 41만명의 소액장기 연체 채무자를 즉각 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둘째 소멸시효가 지났거나 임박한 이른바 '죽은채권'의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소멸시효가 완료된 채권은 매각과 추심을 금지하고, 소멸시효가 임박한 경우에는 무분별한 소 제기를 금지하고 매각을 제한하는 것이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소액장기 연체채권 소각 관련 대부업법을 제출했다. 정성호 의원은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채권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유동화 회사가 채권을 사들여 추심할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채무변제를 받을 수 있게 해 무분별한 추심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런 대책은 대부분 여야가 4월 총선 전후로 앞다퉈 내놓은 것이다. 1200조원에 이를 정도로 급팽창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 급변하는 정치상황 속에 법 개정 움직임은 더딘 상태다. 국회 한 관계자는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는 국정감사가 연장되고 뒤이은 예산 정국 등 법안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17년 초 임시국회 기간 본격적인 법안심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