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담은 탄핵안…헌재, 대통령 파면기준 제시

[the300][런치리포트-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①노무현 탄핵과 비교

김성휘 기자 l 2016.12.01 05:50

편집자주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 벌어진지 12년만에 두번째 대통령 탄핵국면을 맞았다. 탄핵 외 임기단축, 개헌 등 다양한 방식의 시나리오가 나온 가운데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과 헌재 결정, 해외 주요국의 대통령 탄핵사례 등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독자가 탄핵 정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라고 말했다. 2016.11.29/뉴스1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과 헌법재판소 결정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국면에 주목받고 있다. 국내 유일한 선례인데다 당시 헌재 결정문이 대통령 파면사유로 제시한 중대한 법위반 사례가 12년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 강요죄 등을 적시한 탄핵안과 부합한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30일 박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강요죄, 제3자 뇌물죄 등 헌법과 법률위반을 탄핵 사유로 명시한 단일 탄핵안을 마련했다. 최종 조율과정이 남았지만 손상된 헌법질서 회복이란 가치가 대통령 파면과 직무수행 단절로 인한 국정공백을 뛰어넘는 가치이므로 탄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중점을 뒀다.

◇朴 탄핵안, 헌법 다수 조항 위반 적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은 헌법수호의무(제66조 및 69조)를 어겼다는 게 골자였다. 주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것이다. 이밖에 경제파탄으로 국민의 행복추구권 조항(제10조)을 위반했다고도 적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외에는 형법, 국가공무원법 등 법률 위반이 강조됐다.

당시 헌재는 노 대통령이 선거중립 위반 의무를 어긴 것으로 판단했지만 파면까지 할 사유는 아니라고 결정했다. 다른 탄핵사유는 이유없거나 소추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파면할 중대한 법위반으로 뇌물수수, 권한남용, 국익저해 등의 경우를 들었다. 이는 2016년 야권이 준비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핵심 내용과 유사하다.

이번 탄핵안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의 문건을 외부로 유출, 최순실 등 측근 인사들에게 정부인사나 정책결정 개입하게 한 사안은 헌법의 국민주권원리(제1조), 헌법수호의무(제66조 및 69조) 등을 위배했다고 봤다. 최순실 비호세력을 장차관에 앉힌 것은 헌법상 대통령의 공무원임면권(제78조) 위반, 기업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 금품출연을 강요한 대목은 재산권 보장(제23조) 위반으로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인권보장·행복추구권 조항(제10조) 위배 사항을 포함했다. 세월호 포함 여부는 새누리당의 탄핵동참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 주요 법률위반 사항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다. 미르, K스포츠재단 출연금, 롯데의 70억 추가출연 등이 해당한다. 제3자 뇌물죄에는 SK와 롯데의 면세점 인허가, 삼성물산 합병 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 부분을 포함했다.

개성공단 폐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배치, 국정교과서 추진 등은 단일안에서 빠질 전망이다. 야권은 그래도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2일 또는 9일 탄핵을 가결, 헌재로 넘긴다면 12년 전 헌재가 제시한 대통령 파면사유를 적용할지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헌재 결정문 요지

사건번호: 2004헌나 1 사건 

-열린우리당 지지를 기대한다는 발언(탄핵사유 1)
▶대통령 발언은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고 이로써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중략) 대통령의 법위반 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국민의 신임을 임기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측근비리와 권력형 부정부패(사유 2)
▶당선후 취임시까지 이뤄진 대통령 행위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 취임 후에도 (참모들의 불법자금 수수를) 지시·방조했거나 불법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소추 사유는 이유 없다.

-국정파탄(사유 3)
▶가계부채 증가, 청년실업률 상승, 정부부채 증가가 사실이라고 해도 책임을 전적으로 피청구인(노무현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리다.

-파면할 만큼 중대한 법위반이란
▶대통령의 파면을 요청할 정도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 위반행위를 뜻하는 것이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그 외의 행위유형까지 포괄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외에도 예컨대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가 전형적인 예라 할 것이다. 

예컨대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해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중략)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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