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징벌적손해배상 도입…가습기특별법 영향줄까

[the300]정작 가습기특별법에선 제외…"법사위 영향 있을 것"

김세관 기자 l 2017.01.06 15:01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한 형사재판 1심 선고공판이 열린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참관한 피해자 가족들이 예상보다 낮은 형량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1.6/뉴스1

정부가 제품 생산자의 고의 과실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기로 전격 결정함에 따라 이미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가습기특별법)'에도 이 같은 방안이 반영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 따르면 제조업자가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피해를 끼쳤을 때 최대 3배의 배상책임을 부과하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공정위는 이날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하는 배경이 제2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방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작 최근 담당 상임위에서 의결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 지원 대책 등이 담긴 '가습기특별법'에는 논란 끝에 징벌적 손해배상 문구가 빠졌다.

당장 피해자 단체 일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는 상황. 국회 통과를 위한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부의 새로운 방침이 반영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

◇현재 특별법, 징벌적 손해배상 흔적만 남아…재논의 요구 거세= 징벌적 손해배상이 빠진, 엄밀히 말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흔적만 남은 '가습기특별법'은 지난달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됐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구제위원회 및 피해자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급여와 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기 힘든 3/4단계 피해자를 위한 최대 2000억원 규모 분담금 마련 등 긍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족들이 강력히 요구했고 법안의 핵심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이 빠지게 돼 '가습기특별법'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당초 환노위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업자가 피해 사항을 고려해 손해액의 10배를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구를 '가습기특별법'에 넣는 방안이 고려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사업자가 피해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로 수정돼 상임위를 통과하게 됐다. 피해자 단체 중 일부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의 한 축인 피해자유가족 연대는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위안부 합의보다 더 비열하고 졸속처리한 환노위는 가해기업에 헐값에 면죄부를 주는 '가해기업 구제법'을 즉각 폐기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특벌법 재논의를 강하게 요구 중이다.

◇사실상 어려웠던 법사위 논의…정부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영향있을 듯=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임위 심의·의결까지 거친 '가습기특별법'이 다시 환노위에서 재논의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습기특별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문구를 다시 되살리는 것은 다음 단계인 법사위에서 추가 하는 방법 밖에 없는 셈.  

물론 그 마저도 녹록한 건 아니다. 법사위에서는 법안 내용이 다른 법과 상충하는 등 법리적 문제가 있을 때 문구를 삭제하는 사례는 있어도 (징벌적 손해배상 내용 등을) 새롭게 추가한 사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가 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구체적 예로 들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전격 도입하기로 해 법사위 수정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법사위원이면서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 위원이기도 했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긍정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어제(5일) 발표를 보고 놀랐다"며 "정부 관계자 등이 법사위에도 나와서 '가습기특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주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영향이 있을 거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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