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앞두고 '비핵화·북미관계 개선' 정당화 나서

[the300]'경제·핵 병진노선' 승리 강조…'사회주의경제건설 총집중' 전략노선 변경

박소연 기자 l 2018.04.21 10:06
/사진=뉴스1

북한이 21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전격 선언했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비핵화로의 전환의 정당성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20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북한은 우선 5년 전 채택한 '경제건설·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승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 건설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5년도 안되는 기간에 완벽하게 달성한 기적적 승리는 조선로동당의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이미 핵과 미사일 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진행됐기에 핵실험과 ICBM 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의 사명이 끝났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직접적으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핵화의 의지를 명백히 드러냄으로써 향후 국제사회와의 협상의 문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핵실험 중단을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과정'이라고 언급하고, 핵무기와 핵기술 이전 불가 원칙을 밝힌 것은 향후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최근의 급격한 국제정세 변화가 북한의 주체적 노력에 의한 것임을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그는 "우리의 주동적 노력에 의해 전반적 정세가 우리 혁명에 유리하게 급변하고 있다"며 이것이 병진노선의 결실임을 재차 밝혔다. 이는 추후 북한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추진하기에 앞서 변화가 북한의 주체적인 노력에 의한 결과임을 강조하며 그간 적대시했던 미국과의 관계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밝힌 당과 국가의 새로운 전략노선은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 집중'이다. 북한은 당초 이번 전원회의 소집의 이유를 "혁명발전의 중대한 역사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단계의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핵무력 완성으로 '군사강국'에 올라선 현 단계에서, 앞으로는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일각에서 북한이 이날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이날 북미정상회담은 언급되지 않았다. 북미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이를 공식화하기보다 우선 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핵실험 유예를 공식화하고 핵실험장 폐쇄를 언급하며 동결과 불능화 단계까지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들이 비핵화를 향해 출발했다는 방향성과 의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적이었던 미국과의 대화 역시 불가피하다는 논리와 정당성을 만들어 놓았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이번 결정사항은 기존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향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및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에 대한 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와의 타협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며 "앞으로 김 위원장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는지는 결국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에게 어떻게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경제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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