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진짜 정치인[우보세]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민동훈 l 2024.03.14 03:48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2020년 5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 80여명이 모였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주최하고 국회가 후원한 '대한민국4.0'(새로운 국회를 위하여) 포럼' 행사를 위해서다. 21대 국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이지만 진영 갈등에 매몰돼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은 제20대 국회를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21대 국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행사다.

행사를 주최한 머니투데이 더300은 당선자들에게 '타락한 진영의식'을 넘어 대화와 토론, 협상과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의 복원'을 주문했다. △일하는 국회 △민생 △소신 △소통 △존중을 키워드로 한 '대한민국 국회의원 헌장'도 발표했다. 당선자들은 "목표와 성과 없이 싸우는 국회와 결별하고, 진영을 넘어서겠다"면서 이 헌장을 21대 국회 의정활동을 하면서 반드시 지키겠다고 앞다퉈 다짐했다.

#제21대 국회가 개원하고 4년이 지났다.일하는 국회, 민생의 다짐은 정쟁과 극한대립 속에 잊혀진 지 오래다. 소신은 당론이라는 이름 앞에 여야 없이 설자리를 잃었다. 소통과 존중은 말할 것도 없다. 타락한 진영의식을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도 희미해졌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바뀌자 진영논리는 더욱 강화됐다. 거대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논란의 법안들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표결 과정을 거쳐 결국 폐기됐다. 오로지 '나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의 결과다.

21대 국회는 사상 최악으로 평가했던 제20대보다 더 극단적 양상을 띄었다. 파행, 빈손, 공전은 21대 국회 내내 벌어진 일들이다. 임기 내내 으르렁 거린 여야는 지난달 4·10 총선 전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조차 선거구 획정과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대장동 특혜 의혹 특별검사법) 재표결을 놓고 싸웠다. 그 사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과 같은 시급한 법안들은 여야의 무관심 속에 잊혀졌다.

#2024년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총선에 나설 여야 후보 공천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저마다 물갈이, 쇄신을 이야기하며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한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반성과 그에 기반한 책임있는 대안이 없다면 여전히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다. 서로 결실을 얻지 못한 채 다투면서 현재에 갇혀 있는다면 미래는 단순한 현재의 시간적 연장일 뿐 사회 발전의 발걸음은 실종된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경험했다.

22대 국회는 진정한 '정치 복원'의 장이 돼야 한다. 산적한 정치·경제적 현안 해결, 계층·계급·진영간 갈등 해소, 사회적 대타협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정치의 회복은 유권자들의 지상명령이다. 단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손을 들어줬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사진을 찍었다고 국회의원 배지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4·10 총선에선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하는 국회' '진짜 정치인'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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