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하라"던 김진표 의장, '채상병 특검' 전격 상정, 왜?

[the300]

김성은 l 2024.05.02 16:40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24.05.02.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권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본회의 상정 여부를 두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안건 상정을 위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을 제출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를 상정시켰다. 그동안 여야 합의를 강조해오던 김 의장이 돌연 상정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취지와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일 개의된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의원 168명 중 찬성 168표를 얻어 가결됐다. 이날 투표가 이뤄지기 전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합의되지 않은 안건이라며 단체로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을 주도했고 심상정·장혜영·이자스민 의원 등 녹색정의당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졌다.

국회법 77조에 따르면 의원 20명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의장은 회기 전체 의사 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

당초 이날 여야간 합의된 본회의 의사일정에 채상병 특검법은 없었지만 민주당은 박주민 의원 등 142인 명의로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을 제출했다.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이 제출된다고 해서 이 건이 제출 당일에 반드시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치는 것은 아니며 의장이 표결을 미루고 여야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더 독려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 제출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표결하려 했을 때, 김 의장은 "여야 합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 표결 자체를 미뤘다. 이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상정되지 못했었다.

이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위해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올린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을 상정한 이유에 대해 김 의장은 "의장으로서 본 안건에 대해 여야 합의 처리를 독려해 왔다"며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법 85조에 따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4월3일부터는 본회의에 부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회의 부의된 안건이)60일 이내 상정되지 않을 경우 해당 기간이 지난 후 처음 개의된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며 "그런데 21대 국회 임기는 5월29일까지로 60일을 기다릴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안건의 신속처리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춰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고려한 끝에 변경동의의 건에 대해 표결처리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김 의장을 향해 야권의 압박이 거세진 것도 이날 김 의장의 결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의장이 되기 전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 의장은 임기 중 줄곧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아 야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회법에 따라 의장으로 선출되면 재직기간 중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

특히 이날 본회의 이후 김 의장이 4일부터 믹타(MIKTA) 회의 참석을 위한 순방 일정이 잡혀있는 것과 관련, 야권은 '총선 민심을 외면하고 해외로 나가려 한다'며 김 의장에게 쟁점 법안들의 상정을 압박해왔다. 믹타란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튀르키예, 호주 등의 국회의장단이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한 방송에서 김 의장을 향해 비속어를 섞어가며 "복당을 안 받아야 한다"고까지 비판해 논란이 됐고 박 전 원장은 결국 2일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다"고 사과했다.

한편 야권의 일방적 법안 처리에 반발한 여당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장이) 오늘 아무런 사전 통보없이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가담하고 의사일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회 수장으로서 입법권 권위를 실추시키는 아주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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