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유임에 '술렁'…국정 중심 '총리'→'실세 부총리'

[the300] 고육지책 평가 속 '무리' 지적도…책임총리 기대 어렵다

세종=박재범 기자 l 2014.06.26 16:39
(서울=뉴스1) 한재호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에 걸친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끝에 이날 정 총리의 유임을 발표했다. 2014.6.26/뉴스1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 소식이 전해진 26일 관가는 술렁였다. 당혹을 넘어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강했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유임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평가도 없지 않지만 사실상 '1.5기 내각’의 행보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한차례 사의를 표명한 총리가 국정을 주도하기보다 부총리 중심의 내각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육지책이라지만… = 정부 관계자는 "내각의 조기 안정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 인선으로 한두달을 더 소비하면 국정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리를 따랐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어차피 국가 개조, 관피아 척결 등을 내걸고 개각을 시작한 만큼 행보는 이어갔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한 관계자는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에서 시작됐다”며 “이에대한 설명없이 고육지책만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조직 개편으로 국가재난처가 신설되는데 세월호 책임을 강조했던 총리가 세월호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조직을 관할하는 모양새가 된다.

◇힘없는 시한부 총리, 실세 부총리 = 문제는 유임 이후 내각 장악력이다. 정 총리의 유임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신임’이라기보다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 관가도 이 의미를 잘 안다. ‘대독 총리’‘의전 총리’의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 국가 개조, 관피아 척결 등을 한시적 유임 총리가 주도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힘은 실세 부총리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박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입각을 앞두고 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물론 규제완화, 각종 국정과제 등도 총리에서 경제부총리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동안 총리실이 챙겼던 비경제분야 국정현안도 신설되는 사회부총리가 챙기게 된다. 총리와 총리실의 입지가 좁아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내각을 대표한다는 것 외에 실질적 업무를 담당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책임 총리보다 책임부총리 내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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