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양극화"···퇴직연금 개혁, 노 vs 정 충돌

[the300] [퇴직연금 개혁, 내 노후의 운명은?①] "위험자산 투자한도 확대, 노후 안정성 위협"

이상배 기자 l 2014.09.02 06:01


정부가 '노후 보장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노정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노동계가 내세우는 주된 반대 논리는 크게 3가지다. 첫째,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의 강화가 '노후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둘째,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 투자한도의 확대가 노후자금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 과정에 노동계가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이번 대책이 오히려 노동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2022년까지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퇴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골자로 한다.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대해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현행 40%에서 70%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현 정부의 양대 컨트롤타워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번 대책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 부총리와 안 수석 모두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퇴직연금 활성화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경제팀 입장에서는 노후 보장 강화와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쉽게 물러서기 힘든 이슈다. 정부와 노동계 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27일 나란히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노후소득 양극화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의 강화는 저소득계층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고용률이 낮은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이 아닌 공적연금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적연금 축소 및 사적연금 강화라는 정책기조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 역시 고소득층의 재태크 수단으로 전락해 노후소득 양극화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높인 것에 대해서도 "퇴직연금 자산으로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노후소득을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한국노총은 퇴직연금 제도 개혁 논의 과정에 비판의 화살을 집중시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위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국책연구기관 등으로 정부합동 TF팀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다는 하는데, 노사 대표는 논의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책 전체로 보면 새로 도입되는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에 노조 대표가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임시직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도 허용되는 등 노동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위험자산 보유한도 확대에 따른 위험에 대해서는 퇴직연금 판매 및 운영 등과 관련해 추가로 소비자보호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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