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놓인 '퇴직연금 개혁'…국회 격돌 예고(종합)

[the300-'퇴직연금 개혁, 내 노후의 운명은?']

박광범 이상배 박경담기자,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l 2014.09.02 09:49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사진=뉴스1제공


정부가 '노후 보장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노동계 뿐 아니라 야당까지 강력 반발하면서 향후 국회에서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핵심인 퇴직연금 의무화 뿐 아니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30인 이하 영세사업장이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시행 등 대부분의 내용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법률 개정 사항이다. 결국 국회 통과 여부에 이번 대책의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퇴직연금의 단계별 의무화에 대해선 공감의 뜻을 나타냈지만, 자칫 퇴직연금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 안정성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 발표 직후인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퇴직연금 의무화 방안과 관련, "늦었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비가 부진한 것은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본인 노후를 스스로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퇴직연금이 활성화되도록 운영 방안을 잘 마련하도록 관계부처가 노력해 달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대로 빠른 시일 내 통과시키겠단 계획이다.

 

새정치연합도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및 환노위 전문위원실은 자체 검토의견을 통해 "(퇴직연금) 도입률이 낮은 영세·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또 "근속기간 1년 미만 근로자도 일정기간 이상 근무시 퇴직급여 가입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이번 대책에 퇴직연금기금이 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40%에서 70%로 늘리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이다. 비록 정부가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놨지만, 대책 자체가 기금의 자본시장 유입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췄단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국가에 의한 노후보장' 대 '시장에 의한 노후대비' 프레임으로 정부의 대책에 제동을 걸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당 정책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여당은 제대로 된 기초연금을 도입해 공적연금을 보강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재정 부담을 운운하며 반대해 왔다"며 "제대로 된 기초연금으로 공적연금을 보강하거나 사적연금으로 보강하거나 소요되는 재정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은 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노동자들의 퇴직연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수급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며 "퇴직연금을 '판돈' 삼아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연금 제도 발전 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퇴직연금의 사각지대부터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도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이 주로 퇴직연금제도의 개편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노동자의 후불임금인 퇴직급여제도의 핵심은 안정적인 수급권 보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좋은데, 자본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개별 노동자가 수급책임을 지는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의 총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상향조정하는 것은 손실에 대한 가능성도 높여 퇴직 후 노동자의 안정적 생활보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후 양극화"···퇴직연금 개혁, 노 vs 정 충돌


 

정부가 '노후 보장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노정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노동계가 내세우는 주된 반대 논리는 크게 3가지다. 첫째,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의 강화가 '노후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둘째,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 투자한도의 확대가 노후자금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 과정에 노동계가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이번 대책이 오히려 노동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2022년까지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퇴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골자로 한다.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대해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현행 40%에서 70%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현 정부의 양대 컨트롤타워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번 대책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 부총리와 안 수석 모두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퇴직연금 활성화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경제팀 입장에서는 노후 보장 강화와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쉽게 물러서기 힘든 이슈다. 정부와 노동계 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27일 나란히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노후소득 양극화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의 강화는 저소득계층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고용률이 낮은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이 아닌 공적연금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적연금 축소 및 사적연금 강화라는 정책기조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 역시 고소득층의 재태크 수단으로 전락해 노후소득 양극화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높인 것에 대해서도 "퇴직연금 자산으로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노후소득을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한국노총은 퇴직연금 제도 개혁 논의 과정에 비판의 화살을 집중시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위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국책연구기관 등으로 정부합동 TF팀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다는 하는데, 노사 대표는 논의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책 전체로 보면 새로 도입되는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에 노조 대표가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임시직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도 허용되는 등 노동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위험자산 보유한도 확대에 따른 위험에 대해서는 퇴직연금 판매 및 운영 등과 관련해 추가로 소비자보호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30대 이하는 고수익···40대 이상은 안전투자해야"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2022년까지 모든 기업에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된다. 또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대해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 보유한도도 현행 40%에서 70%로 높아진다. 


앞으로는 퇴직연금을 어떻게 선택하고 운용하느냐가 노후의 질을 결정짓는 시대가 된다.

퇴직연금은 DB(확정급여)형과 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시점의 최종월급과 근속기간에 따라 퇴직 급여액이 결정되고 회사가 운용 결과에 책임을 진다. DC형은 회사가 연봉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납부한 부담금으로 개인이 운용할 수 있다. 사측이 안전하게 운용하는 DB형이 저수익·저위험이라면 DC형은 고수익·고위험에 가깝다.

DB형과 DC형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자신의 '임금상승률'과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좋다. 일정수준 이상의 임금 상승과 고용이 보장된다면 퇴직 시점의 임금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DB형이 유리하다. 반면 임금상승률이 낮은 회사의 직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DC형이 유리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퇴직시점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에도 DC형이 적합하다. 

만약 DC형을 선택했다면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상품의 선택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의 대책대로 총 위험자산 보유 한도가 기존 40%에서 70%로 높아지면서 운용에 대한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투자 상품을 선택할 때에는 자신의 연령과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좋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종태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장은 "20~30대는 DC형이 시장의 부침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락내리락 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수익률이 높은 성장주 펀드나 해외주식 펀드 등에 투자해도 될 것"이라며 "40~50대는 안정적으로 현재 은행금리의 2~3배인 5~6% 수익을 추구하고 가치주·배당주 투자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투자의 기본원칙이기도 하지만 고소득자가 아닌 경우는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단순한 재테크 도구가 아닌 노후 설계의 일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투자교육팀장은 "국민연금은 국가에서 주는 대로 받을 수 밖에 없고 개인연금은 가계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가입 여력이 크지 않다"며 "근로자들이 노후에 대비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퇴직연금 밖에 없는 만큼 퇴직연금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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