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어록]"고리1호기, 10년 연장하면 됐지 또 하나?"

[the300]새정치연합, 고리원자력 안전점검서 '원전 수명 연장 놓고' 한수원과 설전

부산=하세린 기자 l 2014.09.05 08:32
고리원자력 본부가 지난달 8일 오전 10시부터 고리원전 4호기의 발전을 중단하고 50일가량 계획예방 정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문재인 의원 = "우선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셔야죠.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자꾸 기록적인 폭우 때문에 그랬다는 둥 비안전설비라서 괜찮다는 둥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한수원 관계자 = "저희가 발전소 가동을 멈춰서 국민들에게 불안을 야기했다든지 전력생산이 중단된 점에 대해선 얼마든지 사과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설비들은 말씀드린대로 화력발전소와 동일한 설비고요. 원자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설비들은 완벽하게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언제까지나 원자로가 안전하게 냉각되도록 하는 게 첫번째 목적입니다.(중략)

후쿠시마 후속대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원자로가 효과적으로 냉각이 돼서 그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고요. 배수 능력을 확충해서 폭우가 오더라도 배수가 원활이 될 수 있도록 회사 전체적으로 별도의 계획을 세워서 추진할 예정임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조경태 의원 = "원자로의 안전성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그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입니다. 고리원전의 구조적 한계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에요. 어떻게 130mm 호우 때문에 원전이 중단이 됐는데…. 원전을 중단시킬 정도로 집중호우에 대처를 못한 것 아닙니까. 그러면 그것에 대해서 인정을 해야 하는데 한수원에서는 발전설비 부분은 원자로와 관계가 없으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안이하게 보는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전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이 4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았다.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 25일 위 통로를 따라 빗물이 흘러들어 고리 2호기의 일부 취수건물이 침수돼 한수원은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하세린 기자


4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를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간의 설왕설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최근 침수로 가동이 중단됐던 고리 2호기 복구현장을 찾았다. 한수원은 지난 25일 폭우로 터빈 가동시 나오는 증기를 냉각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취수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되자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했다.

세월호특별법으로 국회 일정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비상 행동, 안전 현장 방문, 국회 의사일정 대응'이란 3가지 트랙으로 정국 돌파를 꾀하고 있는 상황. 이날 당 원전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재인 의원 등은 고리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안전행보를 이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과 한수원은 최근 고리 1호기의 '2차 수명연장' 작업이 시작됐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설전을 벌였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고령 원전이다. 2007년 30년 수명이 다했지만 2017년까지 1차 수명연장을 해 가동 중이다. 내년 6월까지 2차 수명연장 여부를 신청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원전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이 4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전휘수 고리1발전소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하세린 기자


박영선 위원장 = "고리 1호기 내년에 (추가 수명연장) 신청하는 거죠?"

한수원 관계자 = "신청 기한은 내년도 6월까지로 돼 있습니다. 원자력안전법상 규정된 시한은 그렇습니다."

백재현 의원 = "안할거죠?"

한수원 관계자 = "그것은 제가 답변할…. 저희들은 안전성 평가를 해서 안전한지 안한지를 확인할 의무는 저희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백재현 의원 = "10년 연장해서 2017년 6월까지잖아요. 10년 연장하면 됐어. 또 하나?"

박영선 위원장 = "6월 신청을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공사를 한 건) 연장 신청하려고 준비하는 거 아닌가요? 준비하는 거 같은데, 연장?"

한수원 관계자 = "고리 1호기가 2007년에 계속연장을 시작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안전을 위해 어떤 설비를 보강하면 좋을지 시작된 사업들이 작년에 들어서 공사가 완료됐습니다. 그 당시엔 2차 계속운전 논란이 없던 시기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이 설비를 바꾼 것이 반드시 2차 계속운전을 하겠다는 의지로 바꾼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수원 관계자의 설명이 끝나자 박 위원장은 곧 '고리 1호기 추가 수명연장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는 "오늘 와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곳에서 고생하는 원자력 관련 공무원들의 노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로 안전사회에 대한 국민적 다짐 없이 대한민국호가 계속해서 굴러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많은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내년에 수명연장 신청을 준비 중인 고리 1호기의 추가 연장은 허용해선 안된다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밝힌다"고 말했다. 이후 의원들은 신고리 4호기 건설현장으로 자리를 옮겨 시찰을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서울 일정으로 신고리 시찰엔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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