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생이빨 뽑기"···공무원연금, 여당 개혁안 특징은?

[the300] '하후상박'·'급진적 지급개선 연령 조정', 정부안과 차이점

이상배, 김태은, 박경담 기자 l 2014.10.27 18:19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27일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가장 큰 특징은 고위직엔 불리하고 하위직엔 상대적으로 유리한 '하후상박'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공무원 조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9급 공무원 출신 하위직 공무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동시에 정부안보다 더 급진적인 재정부담 절감 대책도 담겼다.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시점이 정부안보다도 2년 앞당겨졌다.

그러나 별도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방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가 개혁안 실현 여부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안과 어떻게 다른가 보니

 안전행정부가 16일 새누리당에 보고한 정부안은 연금 수령액을 계산할 때 공무원 본인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개혁안은 공무원 본인 뿐 아니라 전체 공무원의 평균소득도 연금 수령액 계산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3년간 모든 공무원의 평균소득을 'A값', 공무원 본인의 재직기간 평균소득을 'B값'으로 놓은 뒤 각각 0.5를 곱해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 경우 모든 공무원의 연금 수령액이 일정수준 전체 평균에 가깝게 수렴된다. 보수가 많은 고위직 공무원의 연금 수령액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고, 보수가 적은 하위직 공무원은 적게 줄어든다. '하후상박'인 셈이다.

공무원으로부터 걷는 재정안정화 기여금의 경우 정부는 일괄적으로 3%를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연금 수령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걷는 방식을 택했다. 상위 33%에 4%, 중위 33%에 3%, 하위 33%에 2%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은 재정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무원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시점을 정부안보다 2년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안은 현재 60세인 지급개시 연령을 2025년부터 점진적으로 늦춰 2033년까지 65세로 미루는 안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보다 2년 앞선 2023년부터 시작해 2031년에는 65세로 지급개시 연령이 미뤄지도록 설계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방안들을 통해 정부안 대비 100조원 더 많은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여당 핑퐁 끝···여야 핑퐁 시작?

"잠자는 호랑이의 입을 벌리고 생이빨을 뽑는 것처럼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렇게 표현했을 만큼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부와 여당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여당은 공무원와 그 가족을 주된 지지기반으로 하고, 정부는 그 자체가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와 여당이 수차례 서로의 등을 떠밀려 '핑퐁 게임'을 벌인 이유다.

당초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당이 주도하기로 했었다. 이한구 의원이 이끄는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산하의 공적연금 개혁분과가 이 작업을 맡았었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연금학회의 개혁안 초안도 여당과의 교감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당정청 정책협의에서 여당 대신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되면서 혼선이 일었다. 이 의원은 이 소식에 공적연금 개혁분과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20일 뒤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지난 19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통해 여당이 법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할 경우 공무원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과거 협약이 있었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다. 결국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최대한 연말 처리를 목표로 추진키로 당정 간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야당이다. 공무원노조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인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급진적인 공무원연금 삭감 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 당장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참여정부 시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로 돌아와 발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은 결국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은 "2007년 국민연금을 개혁할 때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하는데 1년7개월이 걸렸다"며 단기간 내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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