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회 '시행령 수정권'에 거부권?…역대 승률은?

[the300] 박근혜 대통령 "받아들일 수 없다"…3분의 2 찬성 재의결 땐 법률 확정

이상배 기자 l 2015.06.01 15:04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정부의 시행령에 국회가 '수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과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에 관심이 모아진다.

◇ 朴대통령, '국회 시행령 수정권'에 거부권 행사?

박 대통령은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는데, 이것은 국회 스스로가 이번 개정안이 위헌의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법률 취지에 맞지 않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고, 수정 요구를 받은 기관은 이를 처리토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내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의가 있을 경우 대통령은 15일 내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를 통상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고 부른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을 경우 국회는 재의에 붙여야 한다. 만약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또 다시 의결하면 그 법안은 법률로 확정되며 대통령은 이를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한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당시 찬성 의원은 재석 의원 244명 가운데 211명으로 찬성률이 86.5%였다. 반대 11명, 기권 22명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친박(親朴)계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이 '찬성' 쪽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만약 재표결이 이뤄진다면 재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역대 대통령 '거부권 행사', 64차례 중 33차례 '국회 勝'

건국 이후 대통령이 국회에서 넘어온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역대 총 64차례가 있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3차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회의 뜻이 관철됐다. 국회가 재의결해 법률로 확정된 경우가 31차례,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철회한 경우가 2차례였다.

역대 국회 회기별 거부권 행사 건수는 △제헌국회 14건 △2대 국회 25건 △3대 국회 3건 △4대 국회 3건 △6대 국회 1건 △7대 국회 3건 △9대 국회 1건 △13대 국회 7건 △16대 국회 4건 △17대 국회 2건 △19대 국회 1건 등이었다. 나머지 국회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없었다.

1948년 9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양곡매입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게 최초의 거부권 행사 사례다. '여소야대'였던 13대 국회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7개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상은 △국정감사 조사법 △증언 감정법 △해직공직자 복직보상특별조치법 △지방자치법 △노동쟁의 조정법 △노동조합법 △국민의료보험법 등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북송금 특검법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 △학교용지 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2013년 1월22일로, 당시 퇴임을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체 법안인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공포됨에 따라 재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대국회 관계와 재의결시 정치적 타격 등을 우려해 거부권 행사 대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 111조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 등 국가기관 상호 간에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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