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증 경찰관 이름·소속 명시"…마구잡이식 채증, 법으로 막는다

[the300] 진선미 의원, 채증 근거 명시한 '집시법' 개정안 발의

박다해 기자 l 2015.06.09 06:30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회원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불법채증규탄 특별한 사진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불법채증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채증을 담당하는 경찰관의 신분을 제복에 명시하고 불법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만 촬영을 허용하는 등 경찰의 채증 범위를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규칙'에 근거해 실시되고 있는 채증행위와 관련, 구체적인 허용범위를 명시한 법적인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공권력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경찰청이 지난 1월 개정한 '채증활동규칙'은 '채증'의 정의를 '각종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행위 또는 이와 밀접한 행위를 녹화·녹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직업경찰이 아닌 일반의경도 채증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고 부득이한 경우 채증용 장비가 아닌 개인 소유 스마트폰으로도 채증이 가능토록 했다.

진 의원의 개정안은 불법행위가 일어날 경우에 한해서만 채증장비를 이용해 범죄사실을 촬영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경찰은 촬영물을 변형없이 보관하며 사용된 채증장비도 기록해두도록 했다. 현재 '채증활동규칙'에 따라 경찰이 채증이 필요한 상황을 확대해석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경찰이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영장없이 채증을 하려면 불법행위가 진행 중이거나 끝난 직후,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채증장비를 이용해 촬영하는 경찰관의 신분을 알 수 있도록 제복에 소속과 성명, 계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조항을 신설한 점이다. 광범위한 채증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초상권 등이 침해돼도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점을 감안, 이를 보완한다는 취지다. 현재 규칙은 채증을 당한 사람이 정보를 정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아울러 촬영된 집회나 시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을 때는 즉시 그 촬영물을 폐기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진 의원실 관계자는 "불법인 시위에서 촬영한 기록물의 사후 조치방안까지 법으로 규정할 경우 경찰의 권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어 불법이 아닐 경우에 대해서만 법조항을 마련했다"며 "불법시위의 경우에는 추후 경찰청과의 논의를 통해 시행령 등으로 조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는 이와 유사한 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12월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시법' 개정안과 같은 당 임수경 의원이 발의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불법행위가 발생 중이거나 발생 직후 증거 보존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채증 허용 △순경 이상의 경찰공무원만 채증 가능 △채증 자료가 불법과 관련없을 경우 즉시 폐기 △채증 자료 수사목적 외에 제공 또는 공개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 의원의 개정안 역시 채증의 범위를 불법행위 발생 중이나 발생 직후로 한정하고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하는 등록된 장비만 채증장비로 이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개정안은 올해 2월 안행위 법안소위에 회부됐으나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다. 안행위 전문위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사항은 법률로써 제한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비추어볼 때 타당한 입법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안행위 관계자는 위의 두 개정안을 포함, 3건의 개정안이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만큼 "법안소위에서 병합심사하는 형태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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