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제에 뺏긴 독립유공자 재산, 국가가 보상 추진

[the300][미완의 광복①]'독립유공자 피탈재산 회복·보상 특별법' 홍문표 대표발의, 여야 21명 공동추진

박다해 기자 l 2015.08.12 10:39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강제로 빼앗아간 독립유공자의 땅이나 재산을 돌려주도록 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독립유공자 피탈(被奪)재산의 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금명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공동발의자로는 새누리당의 원유철·김을동·이재오·김태흠·이명수·손인춘·이종배·염동열·홍철호·이강후·김동완 의원 11명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박지원·강창일·주승용·김영록·박수현·이상직·강동원·윤호중 의원 9명이 참여했다.

◇ "'반쪽' 광복 보완하라"…특별법 핵심은 

특별법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빼앗은 피탈재산에 대해 국가가 이를 독립유공자나 유족들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조항을 명시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친일파 재산의 환수에 나섰지만, 정작 독립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땅을 빼앗긴 독립유공자에 대해선 원상회복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반쪽'짜리 광복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별법은 국가보훈처 산하에 보훈심사위원회와 보상자문위원회를 두고 독립유공자 피탈재산 보상 관련 심사 및 협의를 하도록 했다. 
 
 '피탈재산'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조선총독부 등 일본제국주의의 각종 통치기구 또는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독립유공자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토지·건물 및 임야를 뜻한다.

특별법의 핵심은 관련 토지 및 임야 등에 대해 재산권 관련 민사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 점이다. 2002년 독립운동가 김세동 지사의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일제강점기 때 국유지로 귀속된 땅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소멸시효가 이미 지난데다 근거 법률이 없어 땅을 돌려주기 힘들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가가 20년 이상 점유해 사실상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독립유공자나 유족은 빼앗긴 재산과 관련, 국가보훈처에 피해신고를 하거나 진상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때 독립운동을 이유로 재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만약 신청인이 보훈처 대상에 속하지 않거나 내용이 명백히 거짓이라면 해당 신청은 각하된다.

보훈처는 신청인이 독립유공자나 유족에 해당되는지 확인한 뒤 피탈재산이 독립운동과 연관이 있는지 심사한다. 또 피탈재산에 대한 권리구제 여부와 보상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이같은 업무수행을 위해 보훈처는 국가기관, 지방자치 단체, 그 밖의 기관이나 단체에 대해 공무원 파견이나 자료제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특별법은 보훈심사위원회의 업무완료 시한을 3년으로 뒀다. 또 진상조사는 조사 개시 결정일 이후 1년 6개월 내에 완료하도록 했다. 보훈처는 신고나 신청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진상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국유지가 피탈재산인 것으로 결정되면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를 원 소유권자인 독립유공자나 유족에게 돌려줘야 한다. 관련 재산이 제 3자에게 매각돼 재산권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금전 등을 통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 결정 사항에 대해 이의가 있는 신청인은 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보훈심사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특별법에 따른 재산 회복 및 보상금에 대해선 국세나 지방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거짓으로 신고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금을 지급받거나 보상금이 잘못 지급된 때에는 국가가 다시 보상금을 환수할 수 있다. 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 "뺏긴 재산 돌려받으면 독립유공자 후손위한 장학재단 세울 것"

이번 특별법은 김세동 지사 등 일부 독립운동가 후손의 주도로 이뤄졌다. 김세동 지사의 후손 김용훈씨는 '독립유공자 피탈재산 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 조속제정 촉구모임' 총무를 맡아 지속적인 입법 청원 활동을 벌였다. 법안 실무는 보좌관 출신으로 '독립유공자 피탈재산회복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기종씨가 맡았다.

경북 안동 출신의 김씨는 독립유공자만 50여명을 배출한 '의성 김씨'집안의 후손이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조부인 우당 이회영 선생과 함께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일송 김동삼 선생도 의성 김씨다. 김세동 지사는 당시 학교 설립 등을 위한 군자금과 군용무기 공급 등을 맡았다.

김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뺏어야 하는 것은 뺏으면서 돌려줘야할 것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며 "세월이 너무 흘러 많은 독립유공자들의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현재 특별법 제정촉구모임에는 당시 문서 자료가 비교적 명확히 남아있는 편인 정인호 지사의 후손 정진한씨, 김필락 지사의 후손 김시명씨 등이 함께하고 있다.

김씨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90%가 리어카를 끌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며 "특별법이 통과되면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홍문표 의원 "광복 이후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

법안을 발의하는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광복 이후 독립운동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독립운동 자체가 행정용 이벤트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독립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빼앗긴 재산을 돌려주는 것은 광복 이후 70년이 흐르는 동안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이라며 "보여주는 행사에 연연하는 사회나 정부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잔인한 고문으로 육신을 희생한데다 가족과 재산마저 일제에 빼았겼다"며 "정부가 이를 돌보지 않고 사회는 관심이 없다면 70년 역사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또 "(빼앗긴 재산을 돌려주지 않으면) 사실상 후손까지 말살시키자는 것"이라며 "이번 특별법 제정은 국가 역사와 정기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홍 의원은 이번 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독립유공자의 재산을 돌려주는 일이) 한번에 쉽게 될 일은 아니다"라며 "소관기관인 국가보훈처에 계속 자료 요청도 하는 등 후속조치를 통해 계속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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