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역사교과서 국정화 당위성 역설…보수결집 포석

[the300] 미국 방문 출발 직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주재

이상배 기자 l 2015.10.13 15:13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중·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에 대해 굳게 침묵을 지켜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작심한듯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미국 방문 길에 오르기 직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미국 방문 기간 동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임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어제 교육부에서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를 행정예고했다"며 "역사교육은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대해 국민들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눠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에 대해 분명한 지지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가치관을 확립해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도록 하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가 필연적으로 해 주어야 할 사명"이라며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올바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지금 세계의 지평은 날로 넓어지고 있고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동북아와 그 주변의 지형 변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을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는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나라와 국민경제가 어렵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키기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뤄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을 상대로 한국사 교과사 국정화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놓고 정치권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굳게 침묵을 지켜왔다. 굳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치적 논란을 확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이날 전격적으로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13∼18일 방미 기간 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출국 전에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보수진영의 결집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교육분야 업무보고 때 밝힌 말씀이 청와대의 최종 입장이고, 청와대의 입장은 그 이후로 변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2월13일 교육분야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내용은 이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교육부는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역사교과서 좌편향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야당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국민획일화를 위한 참 나쁜 역사교과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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