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심사 파행…'국정 교과서' 괘씸죄?

[the300]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 기재위서 '한국장학재단 대출금리' 문제삼아

배소진 기자 l 2015.10.22 16:42
새누리당 박명재 예결기금소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에 대한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의 학자금 대출금리가 기획재정부의 예산심사의 발목을 잡았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와 관련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해준 기획재정부에 야당이 '괘씸죄'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는 한국장학재단이 학자금 대출사업 등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내년에 발행하는 채권 2조2000억원 규모에 대한 국가 보증동의안이 쟁점이 됐다. 기재위 예결소위 위원인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의 학자금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한 것이다.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에서 자금을 지원받거나 직접 자본시장에 채권을 발행한 재원을 위탁받아 운용하며 학자금 대출, 국가장학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대출해주는 금리는 2.9%였으나 올해 2학기부터 0.2%포인트 인하한 2.7%로 적용되고 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인하했다 해도) 현재 대출금리 2.7%는 너무 높다"며 "반값등록금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데 반값으로 주지는 못할망정 돈을 빌려주는데도 이자가 지나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측에서 '조달금리가 2.2%에 달하는 등 한계가 있다'고 항변했지만 김 의원은 "미국은 학자금 대출금리가 0%라던데 왜 우리는 못하나"고 다그쳤다. 

김 의원은 기재부에 학자금 대출금리를 2% 이하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예산심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때문에 기재위 예산소위는 오전동안 기재부 소관 예산에 대해 대부분 의견일치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의결을 하지 못했고, 오후 회의도 사실상 파행됐다.

기재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가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금리를 마음대로 낮출 권한도 없을 뿐더러, 장학재단이 김 의원의 말대로 학자금 대출금리를 1%대로 낮출 경우 당장 기재부가 투입해야하는 재정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처지라는 것이다.

기재부는 교육부 산하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의 대출금리 문제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소명했지만 김 의원은 '그렇다면 교문위 차원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문위는 현재 국정교과서 추진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교육부 예산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통상 기재위는 한국장학재단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국가보증 규모가 적정한지를 심사하는역할만 담당했다. 예산안이나 다른 법안을 두고 여야 이견이 있어도 한국장학재단의 채권보증동의안은 큰 진통을 겪지 않는 편이었다. 이날 기재위 예산소위에서 이례적으로 학자금 대출금리가 문제로 떠오르고, 전체 예산안 심사가 진척되지 않은 것은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야당의 반감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당의 '교육부 때리기'는 전날 있었던 예산정책발표회에서도 드러났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8조원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인 야당은 교육부 홍보예산인 '교육정책이해도 제고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140억원 수준인 교육부의 기본경비 대폭삭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본예산을 통해 국정교과서 추진을 막으려 했던 것이 정부의 예비비 편성으로 무산되면서 교육부에 책임을 묻기위해 다른 예산들을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날 김 의원은 정부 학자금 대출 지원대상에 '직전학기 C학점 이상'이라는 성적기준이 있는 것도 문제삼았다. 고려대학교가 성적장학금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는 등 '소득재분배'기능을 강화하는 최근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현미 의원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대학도 다니지 말라는 것이냐"며 "요즘은 돈 많은집 자녀들이 공부를 더 잘하고 가난한 자녀들은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성적을 받기가 더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건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성적기준을 둔다는 것은 (정책)철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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