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설마가 사람잡아"…테러法 처리 압박

[the300] (종합) 긴급 국무회의 소집…"위선·직무유기·국민에 대한 도전" 국회 맹비난

이상배 기자 l 2015.11.24 17:29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우리나라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국제적으로 모두가 경악하고 어떻게든 (테러를) 막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그래도 허점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지, 희생이 엄청나게 벌어지고 나서는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안, '사이버테러 방지 및 대응에 관한 법률' 제정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 테러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셈이다. 

◇ "우리도 테러 안전지대 아냐"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에서 "오늘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것은 이번 순방 직전과 도중에 파리와 말리 등에서 발생한 연이은 테러로 전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이에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 때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위조여권으로 국내에 체류하면서 국제테러단체를 지지하는 활동을 벌인 외국인이 구속이 됐는데 이는 우리 역시 결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가 IS(이슬람국가) 때문에 참극을 당했는데, 그래도 어쨌든 범인을 잡고 성과를 내면서 가고 있다"며 "통신에 관한 것이나 이런 것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그렇지, 그렇지 않으면 깜깜한 상황에서 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런 문제들이 전 세계적인 문제이고 세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혼자서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굉장한 한계가 있다"며 "테러 문제는 국제공조, 정보교환이 매우 필요한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법적 미비로 국제공조, 정보교환 이런 데에 참여를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각국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책들을 세우고 있는 반면 현재 우리나라는 테러 관련 입법이 14년 간이나 지연이 되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의 IT(정보기술)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각종 법적인 규제로 테러 대응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이어 "현재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국회에 계류된 테러 관련 법안들의 처리에 국회에 나서지 않고 잠재우고 있는데 정작 사고가 터지면 정부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극심하다"며 "부디 14년간 지연돼 온 테러 관련 입법들이 이번에는 통과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정부 각 부처는 긴밀하게 협조해 테러 관련 정보수집, 인적·물적 취약요건 제거 등 테러 위협 대비 활동을 강화해 나가면서 유사시에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IS가 미국 주도의 대테러활동에 동참하는 ‘십자군 동맹국’에 한국을 포함시키고 있어 우리나라는 이제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테러 관련 일반법은 제정되지 않은 상태이고, 1982년 제정된 대통령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있을 뿐이며 대테러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김 장관은 또 "우리의 경우 IT 기반은 세계적 수준인 반면 이를 활용해 테러 징후를 포착하고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며 "통신사업자들에게 휴대전화 감청설비를 구비할 의무가 없어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감청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테러 대응을 위한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복면시위, 못하도록 해야"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폭력시위와 관련, "전세계가 테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때에 테러 단체들이 불법 시위에 섞여 들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특히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폭력 사태는 상습적인 불법 폭력 시위 단체들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주도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특히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주노총 위원장이 시위 현장에 나타나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자며 폭력집회를 주도했고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기도한 통합진보당의 부활을 주장하고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또 "불법 폭력집회 종료 후에도 수배 중인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 종교단체에 은신한 채 2차 불법집회를 준비하면서 공권력을 우롱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법 폭력 행위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얼굴을 감추고서, 또 수배 중인 상황에서 공권력을 무시하고 계속 불법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국가경제를 위축시키며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불법폭력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모든 국무위원들은 비상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엄중하게 처리해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불법 폭력시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엄정하고 일관된 법집행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부처나 공무원의 의지 못지않게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어 "예컨대, 집회 참가자가 마스크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릴 경우 신원 확인이 곤란해 이들에 대한 추적과 처벌이 매우 어렵다"며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외국에서도 소위 '복면 시위'를 제한하는 입법례가 다수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입법적 개선을 논의할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위선·직무유기·국민에 대한 도전" 국회 맹비난

한편 박 대통령은 "백날 우리 경제를 걱정하면 뭐 하느냐.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되는 것이 누구에게나 지금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도리인데,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그러고,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국회를 강도높게 질타했다.

경제활성화 관련 4개 법안과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국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규제 개선의 핵심인 경제활성화 관련 4개 법안은 반드시 정기국회 내 통과돼야 한다"며 "우리의 경쟁국들이 발 빠르게 서비스 규제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실정을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그간 어렵게 타결된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 우리 상대국들은 모두 국내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라며 "우리나라만이 국회에서 통과를 시켜주지 않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국회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 측은 비준을 완료한 상태라면서 한국은 아직 국회 비준이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만 국회 비준이 되면 언제든지 베트남은 FTA 발효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뉴질랜드도 이미 지난 9월에 의회 절차가 마무리됐고 중국도 최근 국내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해 이제는 모두가 우리 국회의 비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여야가 합의해 비준과 관련된 의회 절차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부진 걱정을 백날 하기보다는 이러한 FTA들을 하루라도 빨리 비준·발효시키는 것이 수출기업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연내 발효가 되면 금년에 1차 관세가 절감되고 내년 1월에 또 관세가 절감돼 지속적으로 관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런 효과들이 다 사라져 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한·중 FTA 발효가 하루 지연될 때마다 약 40억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지고, 다시 말해 오늘도 가만히 앉아서 40억원의 기회가 달아나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 또 발효가 되지 않으면 그 피해가 1년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어디서 이것을 보상받을 것이며 누가 어떻게 이것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FTA의) 국회 비준 이후 소요되는 양국의 행정절차까지 감안할 경우 연내 발효를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 반드시 이번주까지는 이뤄져야 하겠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국무위원들과 정부는 적극 나서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저도 적극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떻게 어렵게 타결된 FTA인데 우리가 이것을 제때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또 국익에 얼마나 큰 손해가 나는지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시간이 없기 때문에, 또 그렇게 우리가 이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면 우리 경제에 가중되는 어려움을 우리가 감당하기가 참 힘들기 때문에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며 "만약에 이 기회를 놓쳐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렵게 되면 그때는 또 모두가 나서서 정부를 성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것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경제는 정치권과 국회, 각 지방자치단체와 국민들 모두가 힘을 합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박 대통령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과 관련, "고인이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에서는 장례식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해주길 바란다"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삼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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