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강수'…입장선회 배경은?

[the300]NSC 이후 '신중'→'강행'…의지 표명·국내 여론 달래기 의도

박소연 기자 l 2016.01.07 19:08

북한의 ‘목함지뢰’도발과 포격도발로 촉발된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 속에서 열린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이 54시간의 마라톤 담판 끝에 극적 합의를 이룬 지난해 8월25일 오후 12시 경기 연천 중부전선에서 대북 확성기의 전원이 내려지고 있다. (합참공보실 제공) /사진=뉴스1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비무장지대(DMZ) 인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키로 결정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내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던 우리 군이 일촉즉발 남북 군사적 대치까지 고려하며 '확성기 방송' 카드를 다시 집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1월8일 정오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군사분계선(MDL) 지역 11개소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軍, 현안보고 때까지 '신중', NSC 이후 '강행' 입장선회

당초 우리 군은 북한의 이번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해왔다.

 

국방부는 북한이 핵실험 감행을 발표한 6일 브리핑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느냐는 질의에 "다른 외교적 수단도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8·25 남북합의의 '비정상적 사태'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도 "통일부 등 다른 데서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보고에서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대북확성기 방송에 시종일관 신중한 입장을 취해 국방위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한 장관은 "군사적 옵션 중 대북확성기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군사적 대책도 있고 경제적 대책도 있는데 국제 재 등을 종합 판단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다.

 

이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당연히 핵실험은 비정상적인 상이고 자동으로 오늘부터 (확성기 방송을) 해야 하는데, 당연한 것을 종합판단하나"라며 질타했다.

 

정두언 국방위원장도 "국민들은 분명히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도 망설인다고 받아들이고, 기대하던와 다르다고 느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날 국방위 현안보고 종료 후 열린 NSC에서 확성기 방송 재개가 전격 결정했다.

   

정부의 확성기 방송 결정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에 우리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하고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의 뚜렷하고 가시적인 대응이 없는 것과 관련,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해석도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수단 중 하나로 지난해 8월 남북 군사 대치상황에서 우리 군의 주요 협상카드로 쓰인 바 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25일 고위급 접촉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요구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이었다"며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인지 고민했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도발 재발방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확성기 방송, 北 체재 유지에 '위협'  

국방부에 따르면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은 1950~1970년대에 매일 6~7시간 정도 방송했고 80년대부터 지난 2004년 마지막 방송까지는 10~20개 프로그램에 매일 15~16시간씩 방송했다.

 

1960년대엔 북한참상 폭로와 공산권 국가의 진실 등이, 1970~1980년대엔 주로 북한독재 체제의 모순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한국의 경제 및 사회발전상 홍보와 민족 동질성 회복 관련 내이었다.

 

지난해 8월 북한 지뢰도발 이후 재개했던 확성방송은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대한민국 발전상,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등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케이팝 등 가요들도 틀어줬다. 북한군 젊은 군인들의 마음을 파고 들 수 있도록 남측의 최신 가요들이 방송됐는데 아이유의 '마음'이나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등이 북측에 울려 퍼졌다. 


이번에도 방송 내용은 지난해 8월과 비슷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우리의 확성기 방송을 막는데 집착하는 이유는 체제유지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류가수들의 히트곡들은 북한 신세대 병사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군 수뇌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전방 부대에 입대한 북한 군인들의 사상을 크게 동요시킬 수 있는 확성기 방송이 결국에는 체제 위협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북한 정권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은 물론, 확성기 장비 철거까지 합의했던 바 있다. 당시에도 북한은 확성기 철거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숙원 사업'이라는 의사까지 밝히며 강력하게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주요 협상 전략으로 선택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난해 8·25 남북합의로 어렵게 정상화시킨 남북관계가 5개월만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또 다시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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