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구원투수 등판' 놓고 文도 安도 '물밑작업'

[the300]문재인, '손학규 선대위원장' 논의…안철수도 '러브콜', 손학규 측 정계 은퇴 기존 입장 고수

구경민 기자 l 2016.01.11 17:05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24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남 강진에서 칩거중인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의 정치권 복귀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그의 복귀 가능성에 고개를 흔드는 이들이 많았다. 정계 은퇴한 그가 돌아오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명분은 당이 최악의 상황에 달했을 때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리더십'으로 구원투수가 돼 달라는것이다. 

더민주는 이른바 호남발(發) 엑소더스로 분당 사태에 직면했다. 더민주는 11일 김관영 의원의 탈당으로 의석수가 127석에서 116석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오는 12일 권노갑 고문의 탈당과 맞물려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2차 탈당 도미노가 예고돼 있다. 

위기에 봉착한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급기야 손학규 선대위원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대표는 지난 10일 지도부 회의에서 손 전 고문을 선대위원장으로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지도부들은 당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손 전 고문밖에 없다면서 손 전 고문의 복귀를 추진하자는 입장을 개진했다. 

앞서 문 대표는 김부겸 전 의원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김 전 의원은 "내가 선대위원장을 맡더라도 탈당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고사했다.  

와 함께 더민주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전북 순창을 찾아 정동영 전 의원을 만나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재차 요청했다. 지난해 문 대표는 정 전 장관이 칩거 중인 복흥산방을 찾아 한차례 복당요청을 했으나 정 전 장관은 "마음은 형제지요"라면서도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4·29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뒤 고향인 전북 순창에 내려가 칩거생활을 해왔다.

지난달 더민주를 탈당해 신당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손 전 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앙당 창당 시 손 전 고문에게 당 대표를 제안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더민주를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김영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분이 갖고 있는 온건한 중도개혁의 노선에서 입각해서 보면, 손학규 대표가 산에서 내려오실지는 불확실하지만 오시게 되면 국민의당에 합류하시리라 생각한다"며 "현재 접촉 중이며 손학규 전 대표가 더민주의 합류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손학규계인 이낙연 전남지사는 전남도청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2주전 손 전 고문과 단둘이서 목포 식당에서 '막걸리 회동'을 했다"며 "손 전 고문이 이 자리에서 정치적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언제 조용히 한번 봅시다'라는 나름 의미 있게 들리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고 더민주 의원들이 탈당하는 등 야권의 현 상황에 대해 손 전 고문의 고민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들이 연출되자 정치권에서는 올 4월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지형 재편 과 맞물려 손 전 고문의 역할론, 손 전 고무의 대안론이 대두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손 전 고문 측은 정계 은퇴라는 기존 입장에 변동이 없다며 야권의 '구원등판론'에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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