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승자독식을 넘어 포용과 상생의 사회로!"

[the300][우윤근의 따뜻한 민주주의]프롤로그(1)

우윤근, 정리=유동주 기자 l 2016.01.12 14:04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the300은 정치인들의 삶에 녹아있는 정치관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이를 검증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나의 삶, 나의 정치'를 연재합니다. 두 번째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윤근 의원입니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함께 논의 중인 우윤근 의원/사진=우윤근 의원실 제공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을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다. 만약 지금까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가능한 어떤 것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도자·영웅이 아니어도 좋다…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1919년 1월 28일 독일의 유명한 사상가 막스 베버(1864-1920)는 뮌헨대학에서 '직업으로서 정치'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정치'를 이렇게 규정했다.

그로부터 약 100여년이 흐른 지금, 막스 베버의 통찰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전히 유의미하며, 정치가의 본령(本令)과 지향점을 깊이 숙고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 사회, 특히 정치는 갈등과 불신으로 점철돼,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가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도 대화와 토론, 그리고 타협을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치·경제·사회 등 우리 사회 전 영역에 'all or nothing'의 승자독식 구조가 뿌리 깊게 고착화돼있기 때문이다. 

이런 낡은 구조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단단한 널빤지를 뚫는 지난(至難)한 작업이 아닐 수 없으며,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우리 정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선진국들 중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갈등이 많은 나라다. 

2013년 8월 한 민간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터키 다음으로 갈등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터키가 '인종과 종교 갈등이 뿌리 깊은 나라' 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이 OECD 34개 국가 중 갈등이 제일 많은 나라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남·북 간에, 동서 간에, 여·야 간에, 진보·보수 간에, 노·사 간에 "이렇게 심하게 싸우는 나라는 OECD 국가 중에는 없다"는 것이 조사결과에서 밝혀진 것이다.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한해 평균 164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갈등을 OECD 평균으로만 줄여도 대한민국의 1인당 GDP가 평균 14%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체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지난 12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현장의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 모든 갈등의 중심에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이라는 심각한 구조와 관행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소위 권력독점·자본독점·기회독점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3대 독점'이 그리고 전관독식·세습독식·연고독식의 관행적인 ·3대 독식'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긴 사람이 다 갖는 '승자독식'('승자독식'이라는 말은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의 책 '승자독식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에서 유래되었다)의 관행은 오늘날 '20대 80의 사회'에서 '1대 99의 사회'로 급하게 몰아가고 있다.

'승자독식'은 기본적으로 '다수결주의'를 작동 원리로 하고 있고 그에 따른 '소수의 배제' 라는 문제를 낳는다. 즉 '승자독식'은 '불평등의 문제'로 직결된다. 

세계적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도 "낙수효과이론은 승자독식시장이 이미 침투해 있을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지 않았는가? 그의 주장을 좀 더 옮겨본다.

승자독식시장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차이를 더욱 벌려놓았다. 승자독식시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이고 때로는 파괴적이기까지 한 일들에 몰두시켰다. 승자독식시장은 미래는 팽개쳐둔 채 낭비적인 투자와 소비에만 몰두하는 경제체제를 조장했다. 간접적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가장 뛰어난 대학생들이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분투하는 것도 이런 시장 탓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장에서는 '뒤늦게 경주에 나선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어렵다. 게다가 문화까지 악영향을 받는다.

매우 적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Robert Merton) 역시 연구자들의 경력에 나타나는 '경로의존(path dependency)'현상을 지적하면서 "일류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그들보다 재능이 조금 떨어지는 학생보다 일류 대학원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일류대 박사학위 소지자는 다른 동료들보다 일류 대학의 교수직을 따낼 가능성이 더 높다. 일류 대학이 제공해주는 가벼운 강의부담과 넉넉한 연구지원금은, 이들이 계속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학자들의 주목을 받게 해준다"고 꼬집은 바 있다. 

머턴은 이런 현상을 '마태복음'의 다음 구절을 따서 '마태 효과'라고 부르기도 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마태 25, 29)

이렇듯 '불평등'과 '승자독식'은 오늘날 사회를 양극화시키고 계층 간 '희망의 사다리'를 제거해버리는 적폐를 야기한다. 우리사회 전반에 퍼진 이러한 'All or Nothing의 구조와 관행'을 과감히 혁파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물론 '승자독식'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 노동당 대표인 밀리반드(Ed Miliband)는 2014년 2월 "소득불평등, 기회불평등, 권력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2015년 핵심과제가 될 것" 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역시 2013년 12월 "사회 불평등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가면, 경제 성장을 완전히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선진국들은 정치 지도자들이 불평등과 승자독식의 문제를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며,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승자독식의 구조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고서는, 사회 갈등으로 인한 국가적 불행을 줄일 수 없고,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을 기약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승자독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일까?
구조적으로 권력독점, 자본독점, 기회독점의 3대 독점, 관행적으로는 전관독식, 세습독식, 연고독식의 3대 독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정치에서 '권력독점'과 '전관독식'때문에, 'all or nothing'의 사생결단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치부문에서 '권력독점'은 '제왕적 대통령제도'가 큰 문제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정치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다. 중앙정부의 인사·재정 독점구조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한 관피아로 상징되는 관료, 법조인들의 '전관독식' 관행도 문제다. 퇴직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고, 관피아 경력의 퇴직공직자가 다시 공직에 취임하는 것도 일정한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에서 '자본독점'과 '세습독식'때문에 '양극화'가 더욱 더 커져만 가고 있다.

경제부문에서 '자본독점'은 소수 재벌에 집중된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 문제다.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경제민주화' 적절한 분배를 통한 '가계 소득 확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작년 일부 재벌의 경영권 분쟁에서 보듯, 오너 일가 자녀의 세습경영의 태도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을 통해 '세습독식'의 강고한 고리를 절연해야만 한다.

셋째, 사회부문에서 '기회독점'과 '연고독식'때문에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

사회부문에서 '기회독점'은 특정 기득권층에 교육·문화 등 기회가 편중되는 것이 문제다. '사회 안전망 구축'을 통해 '패자 부활의 기회', '계층 상승의 희망 사다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학연·혈연·지연 등 연고에 기반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진입장벽을 치는 '연고독식'의 관행 역시 문제다. 사회 전반에 공정하고 개방적인 인사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3대 독점, 3대 독식이라는 의 구조와 관행을 철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헌법 전문이 명시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구현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본다. 

'권력'은 나뉘어질수록, 민주주의가 커진다.
'자본'은 고르게 퍼질수록, 경제가 성장한다.
'기회'는 균등할수록, 사회가 정의로워진다.




전남 구례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한 우윤근의원 2015.10.4./사진=우윤근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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