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과 전쟁' 尹, 2년만에 고립…'헌법 7조' 붙잡고 확 바꿔야

[the300][MT리포트]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①

박종진 l 2024.05.06 08:00

편집자주 3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는 임기 끝까지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지난 2년의 국정 '설계'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민심의 지지와 야당의 도움이 필수다. 하지만 극렬한 진영대립과 정치 양극화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대한민국이 한발 앞으로 내딛기 위해 무엇을 노력해야 할지 어떤 준거를 붙잡아야 할지 헌법적 가치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5.01.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취임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대통령은 고립됐다. 국회도 여론도 아군은 소수다. 총선 참패 이후 여당에서조차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격적 영수회담과 21개월 만의 기자회견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태원 특별법 합의라는 협치 성과가 나온 지 단 하루 만에 채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야당은 국회의 주인이 누군지 새삼 각인시켰다. 총선 압승 청구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야권은 제22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파상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애초 어려운 싸움이었다. '0.73%포인트' 승리로 정권을 잡은 윤 대통령에게는 과거 대통령들처럼 '이니 마음대로' 하라는 문재인의 팬덤도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층'도 없었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윤 대통령을 만들었다. 일단 정권을 바꾼 뒤에는 냉정하게 지켜보는 국민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포퓰리즘과 전쟁' 2년…어려운 싸움이 외로운 투쟁으로


지난 2년 윤 대통령은 포퓰리즘에 맞섰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을 절대 가치로 내세웠다. 재정건전성의 깃발을 들고 현금 살포의 유혹을 끊었다.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부동산시장 정상화 등을 위한 각종 세제 손질에 나섰다.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과 의료개혁 등 역대 어느 정권도 손 못 댄 정책을 밀어붙였다. 친일 공세가 뻔히 예상되지만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미일 협력 체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은 때로 거칠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은 머리에 '여의도'가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전통적 정치 문법에서 자유로운 건 지도자로서 장점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대안이 있을 때 얘기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여소야대의 대통령이 포퓰리즘과 전쟁에서 이기려면 외연을 넓혀가는 전략이 필수였다. 그러나 총선 결과가 보여주듯 윤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참석 어르신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05.03.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어려운 싸움은 외로운 투쟁이 돼버렸다. 존재의 이유를 놓친 결과다.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그 열망은 강성 지지층 뒤로 숨는 대통령, 내로남불 86세대에 대한 심판이자 앞으로는 솔직하게 소통하라는 요구였다. 대통령 스스로 지칭했듯 '기득권 카르텔'은 깨야 할 대상이지만 동력을 얻기 위해선 국민을 설득해야 했다.

생각이 다른 이들과 타협도 필요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을 나누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반대"라고 했다. 이질적 집단과 대화가 결국 권력의 기반을 넓히는 통로가 된다는 뜻이다.



헌법 제7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소통의 근본 바꿔야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남은 3년간 붙잡을 건 그래도 헌법이다. 특히 국가의 근간인 제1장 총강의 제7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가 주목받는다.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는 주요 간부들에게 헌법 제7조를 강조하면서 비상한 각오를 주문했다. '선출된 권력'을 무기로 행정부를 압박해올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그들과 같은 헌법적 역할을 부여받은 공무원으로서 당당하게 임하라는 취지였다.

이처럼 선출직이든 직업 공무원이든 간에 공무원의 본령에 충실해야 한다는 건 입법·행정·사법 3권분립 속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와도 상통한다. 동시에 그 대상이 자기편이 아닌 '국민 전체'이며 그 내용은 '책임을 진다'고 명시한 점은 격렬한 충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특정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미래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대화와 설득을 통해 협치로 나아가는 건 헌법의 명령인 셈이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녹화된 KBS 신년 대담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이 역시 제대로 된 소통이 관건이다. 선거 직전까지 스물네 번이나 국민과 민생토론회를 열고 많게는 하루에도 두 번씩 '생중계' 회의를 진행했던 대통령이 왜 헌정사상 최악의 총선 참패를 당했는지 근본부터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넘쳐나는데 국민은 불통이라 느끼는 이 불일치를 해소하지 않으면 남은 임기도 가시밭길이다.

소통의 순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실수나 문제에 대해 비난을 수용하는 절차들을 생략해온 게 문제"라며 "비난을 감수하는 시간을 가져야 이후 정부가 하고 싶은 얘기를 국민이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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