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탈당에 더민주 '책임 통감'…DJ계 민심잡기

[the300]전병헌 "지금이라도 모셔오고 싶다"

지영호 기자 l 2016.01.13 11:20
전병헌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1.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교동계의 맏형격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함에 따라 친노(친 노무현)계와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DJ(김대중)계가 사실상 결별했다. 당내에서는 '예정된 탈당'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모양새지만 비노계의 대거 이탈과 정당 지지층의 붕괴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이런 해석은 1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드러났다. 당 최고위원들은 떠나는 당의 원로에 최대한 예를 갖주면서 '권 고문의 탈당이 DJ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데 주력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이 '내몸의 절반이 무너졌다'는 통곡의 말씀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김 대통령은 김대중과 노무현 시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김-노 시대로 가야한다고 했다. 두분은 한몸, 운명공동체였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 당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혁신과 개혁과 연대의 길 끝에서 김 고문과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는다"고도 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권 고문이 우리에게 마음이 떠난게 아니라 회초리를 든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며 "아주 떠나는게 아니라 대통합을 제대로 이뤄 60년 전통 민주당 역사를 이어갈수 있는 그런 힘 주시리라 믿는다"며 떠나는 원로의 결단에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동교동계는 원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역의원이라곤 박지원 의원 뿐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열린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후보에 밀려 실권을 쥐지 못했다.

동교동계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치러진 4·29 재보선 때다. DJ의 측근그룹인 동교동계가 선거지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정동영·천정배 의원 탈당과 맞물려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20여일을 앞두고 뒤늦게 선거운동 지원을 약속했지만 갈등이 표면화된 것 자체로도 문 대표 체제에 상처가 됐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선거에서 한석도 얻지 못했다.

동교동계의 영향력을 경험한 더민주 지도부 입장에선 권 고문의 탈당이 20대 총선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권 고문의 탈당과 관련해 '결별과 비난'보다 '자성과 화합'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DJ계 당원들의 탈당을 막지 못하더라도 유권자의 마음을 붙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 의원이 "지금이라도 다시 모셔오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DJ계와 친노계의 성적표는 20대 총선이 치러지는 세달 뒤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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