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선거구 획정…26일 처리 사실상 무산

[the300](종합)쟁점지역 놓고 획정위원 이견…野 '필리버스터' 딜레마도 존재

배소진, 박용규 기자 l 2016.02.25 20:57
여야 대표가 선거구 획정기준에 서명한 뒤 합의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로 보낸 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다. 사진은 청사모습이다./사진=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국 25일에도 선거구 획정안 마련에 실패했다. 당초 국회가 요청한 제출 마감시한은 이날 정오였지만 쟁점지역을 놓고 획정위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국회에선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을 놓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야가 합의한 26일 공직선거법 처리도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요청 '25일 정오' 시한 넘겨
선거구 획정위는 이날 저녁 "오늘(25일)은 (내일 새벽 포함)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회의는 계속 진행되며 추후 회의 일정은 결정되는 대로 다시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지난 23일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기준안'을 획정위에 전달하면서 이날 정오까지를 획정안 제출 시한으로 제시했다. 합의된 선거구 기준은 지역구 253석에 비레대표 47석, 인구기준일은 지난해 10월 30일이며, 선거구간 인구편차는 14만~28만명이다. 자치시군구분할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불가피한 경우 최소화하기로 했다.

획정위는 이후 사흘간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3일 첫 회의에서 기존 지역구가 그대로 유지되는 지역부터 논의하기 시작해 지난 24일에는 통·폐합 및 분구 지역을 비롯해 경계 조정이 새롭게 필요한 쟁점 지역을 검토했다. 23일 회의는 다음날 새벽 2시, 24일 회의는 자정에 마치는 등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약속된 시한인 25일 정오를 넘겨서도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위는 국회로 공문을 발송, "지난 23일 국회에서 제시한 '선거구 획정기준'에 따라 선거구 획정안 마련에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촉박한 시간 등 물리적 한계로 인해 제출요구 시한인 금일 12시까지 제출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보다 심도있게 논의를 이어가 금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분을 발송한 뒤에도 선거구 획정위는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면서 '막판 스퍼트'를 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오후 4시 예정됐던 안전행정위원회도 26일 오전으로 순연됐다. 

◇'필리버스터 정국'이 변수
획정작업보다 정치권 상황이 더 큰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야당으로서는 획정안이 넘어오면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대한 중단 압박이 커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당입장에선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야간 후속 합의가 없는 상황에 필리버스터를 멈추기 어렵다. 테러방지법 재협상에 여당이 소극적인 상황에 획정안마저 국회에 넘어오면 필리버스터를 멈추고 선거법을 처리할 지, 이를 미루고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반대로 여당은 선거법이 안행위를 통과하는 순간 이를 처리하기 위해 야당에게 필리버스터 중단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그간 선거법 처리 필요성을 강조해온 야당으로서는 이를 거부하는 것에 부담을 가질수 밖에 없다.

결국 야당은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시기를 늦추고 그 사이에 테러방지법에 대한 재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획정위가 획정안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데 야당 측 위원들이 반대하면 획정안은 합의는 충분히 미룰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26일 오전 10시 '2+2회동'(당대표-원내대표)을 가질 계획이다. 테러방지법과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만찮은 조정작업…일부 쟁점지역 '막판 호소'
획정위는 '선거구 기준안'을 받은 직후부터 획정위를 재가동해 획정안 마련을 하고 있지만 인구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조정대상 지역구가 60여곳이나 돼 세부 작업에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획정위 관계자는 "전국 지역구를 모두 봐야하는 상황이라 물리적으로도 사흘은 시간이 부족한데다 위원들마다 생각이 다 달라 쟁점지역에서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시군의 통·폐합과 지역구 경계조정을 놓고 획정위원들간 이견이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이 쟁점지역으로 거론된다. 획정위는 위원장을 제외한 여야 추천 위원 4명씩 동수로 구성되고,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획정안이 최종 의결된다. 위원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획정안이 도출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종 획정안 마련이 늦어지면서 일부 쟁점지역은 '마지막 호소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인천 중·동·옹진 새누리당 당원협의회는 획정위가 열리는 서울 관악구 중앙선관위 관악청사를 찾아 이의서를 제출했다.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구강화군에서 강화가 분리돼 중·동·옹진에 붙는 안이 유력시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구가 쪼개질 위기에 있는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측도 몸이 달았다. 황 의원의 지역구인 장흥군·강진군·영암군은 인근의 이윤석 더민주 의원의 지역구인 무안·신안, 김승남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고흥·보성에 각각 지역을 나눠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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