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20대 총선 공약 톺아보기④ 기업대책

[the300]종합

임상연 우경희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03.30 09:33
與野 성과공유제 전면 시행 "2,3차 업체까지"

-대·중기간 상생협력기반 마련 한목소리
-국민의당 "이익공유제로 확대 개편해야"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일제히 대·중기 ‘성과공유제’ 확대를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대·중기 간 양극화 해소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에 대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도 성과공유제를 국정과제로 정하고 인센티브 등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어 제도시행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대기업과 1~3차 협력업체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간 성과공유제 활성화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았다. 성과공유제란 대기업과 협력사가 원가절감, 품질개선 등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사전에 정한 현금보상, 단가보상 등의 방식으로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다. 

2006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법적근거가 처음 마련됐지만 지난해말 기준 도입기업은 221개사로 아직까지 성과가 미미하다. 특히 대다수는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간 협약에 머물고 있어 영세한 2·3차 협력업체는 제도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이 다자간 성과공유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대기업과 2·3차 협력업체의 매개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성과공유제 도입을 적극 유도해 낙수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까지 성과공유제 도입 기업을 500개사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이를 위해 정부 연구개발(R&D)사업 참여시 인센티브 부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성과공유제 활성화를 위해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관련 제도가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 출연분에 대해 7%를 세액공제해주고 있는데, 이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성과공유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익공유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목표이익을 달성하면 그 초과이익을 배분하는 제도다. 크라이슬러 등 선진국 기업들이 이미 시행 중이다. 양당은 이익공유제를 통해 배분하는 초과이익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익공유제는 2011년 정운찬 전 총리가 처음 구체화했는데 당시 '좌파 정책'이라는 비난 속에 본격 도입이 미뤄졌다. 대중기 동반성장이 창조경제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익공유제의 전단계 격인 성과공유제가 박근혜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중기기업인들과 만나 "성과공유제처럼 공정경쟁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키우자는 與, 나누자는 野…기업공약 보니 해법은 중기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3.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대 총선 기업공약을 뜯어보면 여야의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수출부진을 극복할 신성장동력 확보에 올인한다. 19대 총선 당시 경제민주화로 쏠렸던 경제공약의 분위기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4년만에 다시 성장위주의 전략으로 전면 수정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완화를 기업공약의 최우선 가치로 들고 나왔다. 여전히 경제민주화 이슈가 공약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 주도 성장에서 더불어성장으로의 궤도수정도 주장한다. 성과공유제는 이 같은 맥락에서 공약에 포함됐다. 국민의당의 '이익공유제' 공약도 마찬가지다.

전면에 내세운 철학은 각기 다르지만 해법은 여야를 관통한다. 그간 대기업주도 성장에서 소외돼 온 중견중소기업의 근본적 역량강화가 필요하다는 거다. 특히 여야가 성과(이익)공유제에 합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새누리는 여기에 벤처 육성 및 수출기업화, 더민주는 최저임금 인상 등 중기처우개선을 덧붙였다.

◇"중기 키우자" 여야 한 목소리=새누리당은 신규 수출 중소-중견기업 1만개를 육성하기로 했다. 수출 부진은 그야말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출부진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는 저유가 문제 등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대기업 중심 성장은 어렵다는 것이 여당의 분석이다. 내수기업의 수출기업으로의 전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확대가 절박하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 특별법을 제정, 중기 육성기금을 신규 조성하기로 했다. 1만개 신규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공공구매제도는 확대해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넓혀준다.

더불어민주당도 기술창업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우수 창업기업의 경우 연대보증 면제를 확대해주고 강소기업의 글로벌 성장도 집중 지원한다. 중소상공부(가칭)를 신설해 중소기업 정책을 일원화한다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인터넷산업은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킨다. 개인창작자와 중소기업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출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대기업에는 세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민의당도 중소기업 정책을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중소기업 조달시장 참여를 지원하고, 공공기관의 구매의무비율을 설정한다. 구매대상 선정 과정에서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별도로 두기로 했다. 중기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 사회복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중기청이 인증하는 중소기업에서 3년을 일하고 대체복무를 인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정책공약집을 발표하고 있다. 2016.3.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與 성장정책으로 유턴, 野는 여전히 경제민주화=여당의 공약은 성장 중심으로 전격 유턴했다. 19대 총선 당시에는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공약 전면에 배치했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재계가 모두 사정과 경제민주화의 거센 바람에 휩싸였을 때다. 

하지만 4년만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기업의 부진과 내수침체가 심상찮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기업공약이 성장 중심으로 전면 전환된 배경이다.

야당은 성장을 논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역시 공약에 비중있게 포함시켰다. 김종인 대표가 경제민주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더민주는 '중기적합업종 보호 특별법' 제정 계획을 밝혔다. 적합업종 권고 적용기간을 현행 6년에서 최장 8년으로 연장하고, 대기업이 사업조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편법 지배 등 재벌을 견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민주는 특히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과세표준(세금부과기준이 되는 매출액) 500억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 세율을 현재 22%에서 25%로 올리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재벌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총선사령탑 기업정책 충돌…강봉균 “규제완화”vs김종인 “독점해소”

◇與 경제활성화 위해 대기업 족쇄 풀어야
◇野 대기업 위주 정책 탈피로 경제민주화


새누리당이 공천전쟁을 봉합하고 총선체제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강봉균 선대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 및 공천자대회에서 정책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2016.3.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야가 20대 총선을 위한 공약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각 당의 ‘경제사령탑이 서로 다른 진영에서 상반된 경제관으로 진검 승부를 벌인다. 

일찌감치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사령탑에 오른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탈피한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대항마로 영입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대기업 규제완화 및 투자촉진 등을 통한 ‘경제활성화’로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번째 회의에서 '7대 경제정책공약' 중 1·2호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강봉균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은 “대기업을 울타리에 가둬 투자를 억제하겠다는 생각은 좋은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에 족쇄를 채운다고 저절로 중소기업이 좋아지는 시대가 아니다”고도 했다. 더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5대 전략을 제시했다. △기업구조조정 촉진 △ 기업투자를 발목잡는 규제 원스톱 정비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우량중소기업 일자리 확대 △우량 벤처기업에 대한 기업인수합병(M&A) 시장 확대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 등이다.

아울러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조속히 가동하고, 대기업-하청기업간 상생보증제도에 대한 세제혜택,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등에 대한 규제완화와 투자촉진으로 경제성장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9일 부산 동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울산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16.3.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대기업 중심의 새누리당 경제성장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 등 소외된 경제주체들이 동반성장해야만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고 지속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부산·울산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지난 8년간 새누리당은 계속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왔다”며 “(이번 선거에서) 대기업을 지원해 청년일자리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는데, 지난 8년간 청년실업이 해소됐느냐”고 꼬집었다.

와 함께 김 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낙수효과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낙수효과가 없다는 미국의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근의 샌더스 열풍”이라며 “모든 사람이 경제성장의 결실을 나눌 수 있는 포용적 성장을 못하면 아무리 강력한 국가도 사회불안을 면치 못해서 (낙수효과를) 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수효과는 신기루?" 중기 대책 공염불 안 되려면

여야가 공통의 총선공약으로 내세운 성과(이익)공유제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성장의 과실을 중견중소기업에도 나누는 내용이다. 성과공유제는 R&D(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고 결과적으로 발생한 수익도 공정하게 배분하는 제도다. 이익공유제는 한 발 더 나간 개념인데 아예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하청업체과 나눈다. 

전제는 모두 대기업의 성장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성장이 중기를 포함한 경제 전반의 성장을 이끈다는 이른바 '낙수효과'에 대해서는 최근 부정적 의견 일색이다. 대기업 성장이 사내유보금 확대로만 이어졌을 뿐 중견중소기업의 과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중소기업 육성대책의 성패 역시 대기업의 전폭적인 참여가 전제여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여야가 모두 성과(이익) 공유 공약을 배치한 배경이다. 여당이 규제해소 등을 통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야당이 상대적으로 강도높은 경제민주화 정책을 전면에 배치하며 참여를 압박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야당은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야말로 투자여력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50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부진이 계속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자금을 투자와 분배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고민이 여야의 공약에서 공통으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사내유보금 과세를 공약에 못박았다. 그러면서 임금증가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사내유보금→임금인상'의 순환시스템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한 전직 경제관료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문제는 과거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고민했던 내용"이라며 "수출경기와 내수시장 동향 등 많은 변수가 기업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약을 통한 정책접근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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