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7전8기 법안 열전-(2)지방교부세법

[the300]종합

박용규 배소진 김태은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05.12 08:49
10년간 동결된 지방교부세 비율…20대 국회선 해법 찾을까



지방세 수입으로는 공무원들 인건비를 주기도 빠듯할만큼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교부세'에 대한 의존이 높다. 교부세 재원이 되는 내국세 비율은 지난 34년간 겨우 6%p 상향하는데 그쳤고 최근 10년간은 아예 동결됐다. 재정당국의 강력한 반대 속에 10년간 여러 의원들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심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지방교부세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62년에는 지방교부세의 재원은 영업세와 입장세 등 일부 세목에서 일정비율의 세금을 교부세의 재원으로 활용했었다. 이후 1968년 개정안에서 처음으로 내국세의 16%로 정하면서 현행 제도의 모습을 갖췄다.

교부세 재원이 되는 내국세의 비율은 1982년에 개정되면서 다시 13.27%로 줄었다가 1999년 개정으로 15%로 상향됐다. 이어 2004년에 18.3%, 19.13%로 두 차례 상향됐다. 2005년 12월31일 개정되면서 2006년부터는 현행 기준인 19.24%로 늘었다.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지자체 재원확보를 위해 이 비율을 올리기 위한 수많은 법안들이 발의 됐지만 금과옥조와 같이 19.24%로 고정된 내국세 비율은 10년동안 변함이 없다.

19대 국회서는 5명의 야당의원들이 작게는 0.66%p(주승용 의원안)에서 많게는 2.76%p(변재일 의원안)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한바 있다. 18대 국회에서도 2008년 신성범 의원(19.6%), 장세환 전 의원(20.24%)의 개정안이 발의됐고 17대 국회였던 2007년에 문희 전 의원(20.24%), 정갑윤 의원(21.24%)등이 동일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한바 있다.



이처럼 매 국회마다 비슷한 내용을 담은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19대 국회서 해당 개정안들에 대한 제대로된 심사는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역시 정부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재정당국은 교부세 비율을 상향하게 되면 중앙정부 재정이 줄어들게 돼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내국세 총액은 약 184조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개정안 중 가장 높은 비율인 2.76%(변재일 의원안)상향을 적용하면 5조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교부세율을 올리게 되면 지자체의 방만 운영이 더 심해질수도 있고 지자체 스스로 지방소비세 등 자주재원을 확충을 위한 노력이 우선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개정안에 대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재정 상황에 교부세율 조정이 일견 타당하나 지방교부세의 경우 사용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재원으로서 비중이 높아지면 방만한 재정운용이나 예산낭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지자체의 재정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빗발치는 '지방세 확충' 요구…국회는 '누리과정'부터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경기도 6개 기초단체장들이 정부의 지방재정개혁 추진방안을 지자체 말살 정책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최성 고양시장, 정찬민 용인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사진=뉴스1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조정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시·도 지자체의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국가재정 상황도 녹록치 않을 뿐더러 지방재정 낭비도 만만찮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같은 목표를 놓고 중앙정부는 예산의 투명한 사용을, 지자체는 지방교부세율 상향조정 등의 재정확충을 각각 주장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특히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과 관련해서는 '여소야대' 정국이 된 20대 국회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법충돌도 불가피하다. 

지난달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지방재정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인구와 재정력, 징수실적 등을 토대로 시군구에 내려보내는 조정교부금의 배분기준 중 인구의 비중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그만큼 재정력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법인소득세의 절반을 시도세로 전환한 뒤 기초지자체에 균등배분하는 방식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더 보전해주는 취지로, 도 차원에서 재정격차를 형평화하라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장 수원, 고양, 성남 등 경기도 지자체에서는 재정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11일 경기도 내 6개 지방자치단체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사자인 자치단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중앙정부는 원래 약속했던 지방소비세율 인상, 지방교부율 상향 등 전국 모든 지자체의 재정확충 약속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2009년 제시한 지방소비세율의 단계적 확대(현행 11%→16%)와 지방교부세율 상향조정(현행 19.24%→20% 이상), 지방세 비과세감면 축소 등이 우선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한국지방세연구원도 연구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늘어나게 될 지방재정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 법정교부율이 최소 1.2%~2.9%p(포인트)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복지제도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약 8조~15조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교부율이 5~9%p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세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이다. 더민주는 총선공약으로 △지방소비세 규모 부가가치세의 20% 이상으로 확대 △지방교부세율 상향 및 교부세 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정의당 역시 △지방소비세 전환율 20% 인상 및 배분기준 확대 △지방교부세 법정률 5% 인상 등을 총선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일단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방세 비중 확대 방안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누리과정'예산편성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자체별로 긴급편성한 누리과정 예산이 또다시 고갈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의 공감대도 확인된다.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궁극적으로 유보통합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유보통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방교부세율을 높여서라도 지방교육청이 보건복지부 소관 보육예산을 감당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특별회계를 신설해 누리과정에 이용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지방재정 전반에 대한 입장은 아직 당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누리과정 예산 관련해서는 지방교육교부금을 올려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2대8' 깨라…국세→지방세 전환 논의 활발해질 듯



"국세 떼서 지방세로 붙여달라."

열악한 지방재정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 발의되는 단골 법안은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다. 현재 8대2 비중을 이루고 있는 국세와 지방세를 7대3, 나아가 6대4로 조정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이다. 그 수단은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인상은 물론 레저세, 지역자원시설세 등 각종 항목에 걸쳐있다. 20대 국회에서도 지방세법을 중심으로 한 국세의 지방세 전환 법안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8대2 정도. 이에 비해 총 재정지출 중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비중은 53대 47로 세수와 세출이 불균형을 이룬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쓸 돈은 지방정부 스스로 걷어서 쓸 수 있도록 이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국회의원 다수의 주장이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벌어진 무상급식, 누리과정(3~5세 보육지원) 재원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 지방정부가 복지재원을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어 중앙정부가 재정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국민들이 마음 졸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지방세 비중을 확대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신설된 지방소비세 비율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방소비세는 현재 부가가치세의 11%로, 광역자치단체 몫으로 배당된다. 국회에서는 이를 16~25%까지 추가 인상하는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지방소비세율을 20%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법인세에서 배분받는 지방소득세율 인상안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인지방소득세율 및 법인지방소득세율을 각 과세표준 구간별로 현행 세율의 2배로 높이는 내용의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으며 부동산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율과 개인지방소득세율을 현행 10대1의 비율에서 1대1로 동일하게 조정하자는 제안도 제기됐었다.

지방세로 걷는 세목에 대해 세원을 확대하는 아이디어도 쏟아져나온다. 경마나 경정 등 사행산업에 부과하는 레저세를 스포츠토토와 카지노 등에도 부과하도록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또한 지방정부가 관광세를 부과해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방안도 나왔다.

지방재정 확충에 대한 여야 공감대에도 불과하고 19대 국회에서 이와 같은 지방세 확충 관련 법안이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막혀 자칫 증세의 '판도라 상자'를 열 수 있다는 우려 탓이 컸다. 

20대 국회에 들어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변화를 맞게될 것으로 보이고 이와 맞물려 지방재정 확충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가능성이 커 지방세 비중을 확대하는 법안들도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단계적으로 7대3으로, 2020년쯤에는 6대4로 가져가는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지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려면 국세로부터의 재정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우선 7대3으로 조정하는 세법 개정 등 여러 방안을 다각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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