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행사 된 5·18 기념식…박승춘 보훈처장, 입장 거부당해

[the300](종합)野, '옹졸·아집…이해할 수 없어'

광주=최경민, 박소연 기자 l 2016.05.18 11:27
국가보훈처가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을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하는 가운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5·18민주유공자유족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이번 기념식에 5·18민주유공자유족회를 비롯한 5월 3단체 회원과 정부 측 대표자인 황교안 국무총리, 행사를 주관하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여·야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도 참석하지 않았다. 2016.5.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5·18민주유공자유족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이번 기념식에 5·18민주유공자유족회를 비롯한 5월 3단체 회원과 정부 측 대표자인 황교안 국무총리, 행사를 주관하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여·야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도 참석하지 않았다. 2016.5.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18 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이 결국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대신 합창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창을 거부한 박승춘 보훈처장은 유족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기념식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18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 등은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정부주관으로 거행된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호국영령을 추모했다.

논란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으로 진행됐지만 야당 소속 관계자들과 일부 여당측 인사들은 제창 형태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정부측 인사들은 동참하지 않았다. 행진곡이 불리자 보수단체들은 퇴장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기념식에 입장하려다 유족과 시민들의 저지로 참석하지 못했다. 분노한 시민들 사이에선 간간이 욕설도 나왔다.

박 처장은 "저를 입장 못하게 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제창여부를 결정할 때 당사자인 유족보다는 국민의 의사가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는 특정 개인이 판단할 게 아니다"라며 "많은 국민들이 찬성하지만 반대의견도 있기에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창 결정에 대해 "결정권은 보훈처나 청와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우리는 민주주의국가다.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것이지, 어느 개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냐는 질문에는 "그랬다"며 "지시 들은 바 없단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창' 유지 결정이 통합을 위한 것이었냐는 질문엔 "대통령께서 금요일에 그런 말씀을 해서 금토일 3일간 연휴를 반납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했는데 찬성, 반대가 있기에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면 논란이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여러번 말했지만, 보훈 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한다. 보훈단체들은 오늘날 국가유공자들의 단체"라며 "그런 보훈단체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보훈처는 유공자분들, 보훈단체분들의 명예를 유지하고 예우하기 위한 부서로서 그분들이 반대하는 노래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유족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당사자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 기념식은 정부 기념식"이라며 "당사자가 아니라 정부의 기념식이고 정부 대표 총리가 참석하기에 국민의 의사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해임 촉구 결의안에 합의했다는 데 대해서는 "그것은 국회에서 논의할 문제고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박 대통령과 소통했냐는 질문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자리를 떠났다. 

야권 인사들은 5·18정신을 강조하면서 일제히 정부의 제창 거부를 비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5·18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자유와 기본적인 인권을 확보하는데 광주 시민들의 피로서 쟁취한 것"이라며 행진곡 제창 불가 방침과 관련해선 "정부가 너무나 옹졸하게 생각하고, 아집에 사로잡힌 결정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논란이 있는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지정곡이냐 아니냐는 것은 절차가 필요하니 (그런다 쳐도)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되고 그게 도대체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표를 비롯해 더민주 인사들은 정부측 행사가 성의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구묘역에서 별도 추모 시간을 가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정부의 제창거부 방침은)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손 전 고문은 "5·18의 뜻은 각성의 시작이자 분노와 심판,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다"며 행진곡이 합창으로 귀결된 것에 대해 "답이 뻔하지 않느냐. 당연히 제창으로, 기념곡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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