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개헌론 뜯어보기

[the300]종합

김태은 지영호 진상현 구경민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06.23 08:53
4년중임제 VS 분권형…장단점 뜯어보니

'개헌 전도사'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추진국민연대 전국대표자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4.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선을 앞두고 반복돼 온 개헌 논쟁은 현재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의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그 방법론을 두고는 대통령제의 골격을 유지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오랜 기간 대안으로 제시돼왔다. 그러나 최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부각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통령 권한을 의회로 대폭 이양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부상하고 있다.

◇선거주기 일치가 최우선 과제

4년 중임 대통령제는 최고 민주주의 체제로 꼽히는 미국이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적 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사례를 제도의 우월성으로 내세우긴 어렵지만 대통령제를 지속하면서도 정치적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져왔다.

5년 단임제의 가장 큰 병폐로 꼽히는 대통령 '레임덕 현상'이 4년 중임제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장점이 우선적으로 언급된다.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다음 선거를 의식해 국정운영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보다 더욱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선거 등의 선거 주기 불일치가 가져오는 정치 불안과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것인데 대통령 4년 중임제가 효과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대통령 임기가 4년으로 조정되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함께 치르거나 2년 단위로 엇갈리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선거 정국이 상시적으로 펼쳐지는 비정상적 국정 운영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대통령과 의회 간 권력 관계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 민주적 대표성과 정치적 책임성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우리 정치권에서도 대통령 임기 조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고 이와 관련한 '원포인트 개헌'이 끊임없이 논의돼 왔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주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어느 한쪽의 임기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는 2020년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 대통령 선거를 일치시키는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2017년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임기가 3년으로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인 중 대권을 꿈꾸는 이들 가운데에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과 함께 대통령 임기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겠다는 복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안희정 충남지사와 같이 개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보다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2032년을 목표로 개헌론을 가다듬자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 권력 줄이기…정치인 권력 나눠먹기?

분권형 대통령제는 우리 정치권의 문제가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제에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벗어나기 위해 대통령의 권력을 줄일 수 있는 권력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서 제기된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의 형태로는 외치와 내치를 나눠 대통령에게는 외교와 국방 등 외치만 맡기고 내치에 해당하는 실질적인 국정 운영은 의회가 맡는 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된다. 이 같은 주장은 주로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대통령에 휘둘려 무기력해지는 의회의 한계를 체감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여야 막론 계파 불문 국회의원들에 의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개헌 논의가 이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 분출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사실상의 내각제 개헌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며 따라서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뚜렷한 것으로 지적된다.

더구나 분단국가이자 4대 열강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우리나라에서 외치와 내치를 구분하기 힘들어 대통령과 의회 간 갈등이 보다 심화될 소지도 있다. 특히 안보 문제가 중요한 우리나라에서 외치와 내치의 갈등 충돌을 막기 위해 대통령과 의회 모두 보수정권으로 몰아주게 돼 보수정당의 장기집권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국가 최고권력자를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로선 국민이 직접 뽑지 않는 총리에게 권한을 더 많이 실어준다는 데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여기에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시나리오가 등장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은 친박정권 연장을 위한 정략 쯤으로 치부되며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개헌론은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위한 레토릭으로서 활용될 수 있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력구조 만큼 중요한 개헌 과제…기본권·지방자치·경제민주화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16.6.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분명한 사실은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그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것입니다" (13일 정세균 국회의장 개원사)

"계파, 공천, 자리나누기. 일반 국민들의 삶과 관계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되지 않아야 합니다"(20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지금 개헌은 정치영역에만 국한한 것이 아닙니다. 민생을 위한 개헌, 경제를 살리는 개헌입니다"(21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교섭단체 대표 연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론이 급부상했다. 개헌론이 나올때마다 정치권의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번엔 정치권의 대응방식이 달라졌다. 국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헌법의 기본정신이 수정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개헌논의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게 핵심이다. 권력구조 변화 뿐 아니라 국민 기본권, 지방분권, 경제민주화 등 사회 전반에 제기된 내용이 포괄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50대 대선 잠룡 사이에서도 개헌론이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이 맞춰져선 개헌 동력을 잃을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국민 삶에 변화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21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한가한 헌법 타령이냐고 하는데 국민 기본권 문제와 과도한 중앙집권에 따른 지방자치의 고사위기, 시장과 국가의 긴장관계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저성장, 양극화, 청년실업, 저출산 문제를 (지금의 헌법 구조상) 해결할 수 없다"며 "정치권의 물갈이로는 안되고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개헌 논의가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 맞춰지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헌법이 사심에 의해 흐트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21세기 포용적 자본주의에 걸맞는 극심한 경쟁에서 비롯된 사회양극화, 사회적 가치를 (담자는 개헌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국민 기본권 규정…경제헌법 가치 높여야

 국민생활과 직접 연관된 대표적인 헌법 조항으로는 국민 기본권 관련 조항이 꼽힌다. 헌법 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면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탄생한 현행 헌법이 지금의 시대적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느냐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개헌논의에서 정치구조 변화보다 우선해야 할 게 우리 사회변화에 대한 가치 재창출 부분"이라며 "예컨대 사회평등 관점에서 우리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평등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칠 경제적 가치가 헌법에 담겨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덕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살림의 명제로 본 경제헌법·재정헌법 개정론'에서 실업문제, 비정규직 문제, 소득양극화, 빈자들의 곤궁함, 사회안전망의 부실, 재정건전성의 악화 등의 난제에서 헌법 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극소수 최상층(overclass)과 대중간의 '삶의 기회'(life-chance)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미 예방 차원이 아닌 위기 수준에 도달한 국가적인 부채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의 국채발행을 제한하고 국회의 회계검사기능 강화 또는 감사원의 독립 등을 헌법 조항에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문장 뿐인 지방자치, 지방분권 강화 한계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국가적 우선가치로 내세우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을 헌법에 명문화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중심으로 부활한 지방자치의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헌법에 규정된 지방자치 관련 내용은 117~118조에 있다. 지자체 조례 허용과 지자체 의회 설치 등을 담은 4문장이 전부다. 헌법에 명시된 기구 가운데 가장 짧다. 30여년 전 과도한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에서 비롯됐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의 필요성과 그 방안'에 따르면 현행 헌법상 지방분권의 한계로 △주민 자치권 규정 전무 △입법권의 국회 독점 △지방의 국정참여 무관심 △조세 부과·징수·배분의 중앙 독점 △사법 분권 및 자치 무시 △국가와 지자체, 지자체 상호간 협력 조정 불비 등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중앙의 압도와 지방의 몰락이라는 비정상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교정하기에 현행 헌법은 너무도 무력하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집권 내내 추진한 신행정수도건설사업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핵심 목표로 내세웠으나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론을 근거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무효화하면서 지방분권정책의 동력을 잃었다.

한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지방분권정책 동력을 상실한 것은) 헌법해석정치 및 헌법개정정치 차원에서 지방분권정책의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헌법에 지방분권의 가치가 담겼더라면 국토균형발전의 동력이 커졌을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대안으로 '지방분권'을 헌법정신으로 명문화하고, '지방분권에 기초한 복지국가 지향'을 추가하자는 의견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사법개혁, 국민 인권과 밀접…경제민주화 사회정의 담겨야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뉘는 국가권력 구조 상 인권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은 사법부다. 사법 개혁이 국가권력 문제라기보다 인권 보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더민주 원내대표는 그의 저서 '개헌을 말한다'에서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상 독립기관의 예상편성권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법관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하는 한편(대법원장은 대법관이 호선),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되 헌법상 기구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군사법원은 계엄 하에사만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통령이 가진 과도한 권한을 조정하는 한편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헌법 119조가 개정사항이다. 현행 경제 주체의 기본권에 '사회적·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 정의 실현'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대기업의 독주를 막는, 야당이 요구하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최근 국회 사무처장으로 선임되면서 개헌론에 불을 당긴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개헌 활동의 최전선에 있다.

이에 대해 이덕연 교수는 "재검토해야할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다수를 위한 경제, 즉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평등, 정의로운 분배, 생산과 노동의 가치 제고, 공생의 생태윤리 등의 개방된 융합개념으로 이해한다면 국민적 토론을 통한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데 소중한 규범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발안 부활? ‘국민 없는’ 개헌, 절차 보완 목소리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수면 위로 재부상하면서 개헌 절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수차례 개헌 시도가 정치권의 나홀로 추진 과정에서 무산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개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힐 수 있도록 개헌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정치권과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헌법 개정은 국회나 대통령이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개정절차는 헌법 제128조부터 130조에 규정돼 있고, 국민투표에 관한 사항은 국민투표법 , 공고나 공포 등에 관해서는 법령 등의 공포에 관한 법률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고 있다. 헌법 개정안 발의는 국회는 재적 의원 과반수로 가능하고,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발의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

발의된 헌법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은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국회는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된다. 표결은 기명 투표로 이뤄지며 일반 법률안과 달리 수정안을 통과시킬 수가 없다.

국회에서 찬성으로 의결할 경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국민투표는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가결돼 헌법 개정이 확정된다. 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해야 한다. 대통령은 헌법개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처럼 헌법 개정안 발의 이후의 절차에 대해서는 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지만 발의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헌법개정기초안의 마련과 심사절차 등에 대해서는 규정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헌법 개정 과정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채널은 국회를 통과한 헌법 개정안에 대해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를 하는 것 외에는 없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을 골자로 한 9차 개헌 이후 수차례 개헌 시도가 무산된 것도 국민들과 괴리된 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이 추진됐던 측면이 적지 않다. 앞서 9차례 이뤄진 개헌도 3·15 부정선거 관련자와 부정축재자들을 소급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4차 개헌(1960년 11월)외에는 모두 대통령 선출 방식 등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구성과 독회 절차 등에 대한 사항, 국민의 여론수렴 절차 등을 담은 헌법개정절차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헌법 개정의 절차적,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목소리가 개헌 기초안에도 담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 7차 개헌 때 사라진 국민발안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견해도 있다. 국민발안 제도는 국민들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7차 개헌 전까지는 국회의원선거권자 50만 명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권력구조 개편,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 분권, 경제민주화 등 헌법 개정 수요가 많은 만큼 한 번에 모든 것을 개정하지 말고 순차적으로 개정을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민 주도의 '아이슬란드' 개헌…해외 사례는

인명진 목사(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 국가전략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16.6.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개헌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이른바 '87년 체제'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른 국가들도 개정 과정에서 다양한 논쟁이 필연적으로 있었다.

 아이슬란드의 최근 개헌 시도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이 동력이 된 독특한 사례다. 아이슬란드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시민들의 혁명이 일어났다. 시위대가 냄비와 솥을 들고 두드리며 시위를 벌여 현지 언론들은 이 시위에 ‘주방용품 혁명(kitchenware Revolu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2009년 정권로 이어졌고 이후 개헌 작업이 시작됐다. 2010년 무작위로 뽑힌 950명의 시민이 헌법에 담길 핵심 가치들에 대해 논의했다. 또 직선으로 뽑힌 25명 시민이 헌법심의회를 구성,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헌법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 초안은 2012년 국민투표에서 67% 찬성을 얻었다. 이후 정치 상황이 변해 이 개헌안이 최종 통과되지 못했지만 시민 주도의 개헌 논의 방법은 주목할 사례로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아이슬란드의 개헌 실험을 가리켜 "아이슬란드가 최초로 집단지성을 통해 개헌을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이슬란드가 개헌포럼을 만들어 국민의 의견을 듣고 개헌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처럼 우리도 다음 헌법 개정 과정은 국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개헌 국민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 그룹도 있다. 

프랑스는 잦은 개헌으로 명성이 높다. 1958년 헌법 개정 이후 50여년간 17차례나 부분 개정을 했다. 지난 2003년 개헌을 통해 '국가조직은 분권화 한다'(제1조)고 규정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자유로운 행정을 헌법으로 보장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에는 테러범의 국적을 박탈할 수 있도록 개헌을 추진했다. 하지만 각계 반발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됐고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샀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1982년 12월 전면 개정을 했다. 덩샤오핑이 기존의 헌법을 제정 수준으로 뜯어고쳤다. 이는 현재의 중국 사회를 규정하는 틀이 됐다. 이후 중국은 '2'와 '7'로 끝나는 해의 가을에는 정치국상무위원을 비롯한 중국공산당지도부가 교체되고 이듬해 '3'과 '8'로 끝나는 해의 3월에 그들은 5년 임기(필자주2)의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 상무부총리 등을 비롯한 정부요직을 하나씩 꿰차는, 예측 가능한 패턴이 유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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