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당권주자들, 계파 놓고 그칠 줄 모르는 신경전

[the300]계파갈등·후보단일화 문제에 친박-비박 '팽팽'

배소진 기자 l 2016.08.03 02:36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경선에 출마한 이정현(왼쪽부터), 이주영, 한선교, 주호영, 정병국 의원이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암로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 출현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사진=뉴스1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들이 3일 당내 계파 정체성을 놓고 한 판 신경전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계파청산에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며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그동안 열린 1차례 합동연설회, 2차례 TV토론회와 달리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치개혁 문제 등에 대해서는 계파와 관계없는 공감대를 보이기도 했다. 저출산, 청년실업,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며 정책대결 양상을 뚜렷하게 보였다.

후보들은 이날 오전 MBC '100분토론'이 실시한 '당대표 주자 TV'토론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로 갈라져 계파갈등, 후보단일화 문제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친박계 이주영 의원은 자신을 '혁신단일후보'라고 소개하는 비박계 정병국 의원에게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한) 국민백서를 보면 계파 갈등이 근본원인으로 나와 있다"며 "전당대회에서 계파를 극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비박 단일화까지 하면서 친박을 제치고 당권을 잡아야겠다고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우리는 모두 사실상 박근혜정권을 만들고 성공을 기원하는 친박아니냐"며 "비박끼리 단일화해서 새 계파를 만드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정 의원을 몰아세웠다.
이에 정 의원은 "이 의원은 친박인지 비박인지 먼저 묻고 싶다"며 "출마할 때는 친박이 아니라고 하더니 요즘에 와서는 친박인 듯 말한다. 패권주의는 거기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저는 친박이기도 하고 비박이기도 하다"며 "이것이 제가 계파를 초월한 정치를 했다는 얘기다. 국가발전과 국민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가지고 정치를 해와서 때로는 친박에 부합하고 때로는 비박이 주창하는 정책노선을 같이하기도 했다"고 반론했다.

뒤이어 발언한 한선교 의원은 "(이주영 의원이 주장하는)이쪽도 저쪽도 아니라는 것이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직격했다. 한 의원은 '원조친박'을 자처하면서도 최근 몇 년간 친박계 주류세력을 '강성친박'으로 규정, 이들을 강하게 비난해왔다.

한 의원은 이 의원에게 "19대 국회에서 최경환 의원과 원내대표 경선때는 '친이'라고 했고 유승민 의원과 경선할때는 '친박'이라고 했다"며 "지난 토론회에선 강선 친박들이 전횡을 일삼아 총선에 관여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답변을 피했다"고 밀했다.

비박계 주호영 의원은 "문제가 있으면 솔직히 사실을 드러내놔야지, 덮고 넘어가면 치유되지 않는다"며 "계파갈등의 본질이 뭔지 당 안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친박이 횡포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이고 (총선참패는) 친박책임에 가깝다"고 거들었다.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은 손가락을 예로 들어 보이며 "손가락은 길이, 크기, 두께, 위치가 다 다르지만 다섯개가 합쳐야 힘이 되고 주먹도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제 계파나 파벌에 대한 이야기를 가급적 안했으면 좋겠다. 속이 부글부글 하더라도 이걸 어느 국민이 좋아하겠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에 주 의원은 "친박이 세력을 떨칠 때는 왜 그런 이야기를 안했나"라며 "그 편에서 같이가던 분들이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김영란법, 양극화 등 당 안팎의 정치현안과 정책이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경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 뒤 새누리당 영남권 의원들이 집단 반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이주영 의원은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한 방어용 무기체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생존권 차원 문제로 결정한 것"이라며 "성주는 여러가지 과학적인 데이터를 갖고 거기가 최적지라고 해서 결정된 것이다. 정부가 사전에 결정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 좋지만 집단적으로 항의하고 그런 건 삼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 질문을 받은 정병국 의원은 "이해충돌방지조항에서 국회의원이 빠졌다는 것인데, 선거 때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면서 국회의원이 빠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음식비 상한선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현실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지만 그걸 고치기 전에 이해충돌방지조항 등 특권 내려놓기가 우선돼야 한다"며 "다만 농민을 위해 여러가지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주호영 의원은 '경선 막판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저는 단일화 생각이 없지만 압력은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혀 생각을 달리하는 후보끼리 하는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고 비판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생각을 같이하고 모이는 것이 조직이나 당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선교 의원은 "법인세를 인하해도 기업들이 유보금을 투자하는데 쓰지 않는다"며 "박근혜 정부와서 기업환류세제를 시행했는데도 투자를 안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앞으로 1년간 기업소득환류세 등 세제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거기서 나오는 재원으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누가 되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주호영·한선교 의원은 추미애 의원을 꼽았다. 주호영 의원은 "추미애 의원이 사법연수원 동기라 친하고 소통이 잘 될 것"이라고 친분을 과시했다. 정병국·이정현 의원은 이종걸 의원을 꼽았다. 정 의원은 "나랑 친해서"라고, 이 의원은 "지난해 815 기념 합창을 함께 했던 기억"을 이유로 들었다. 이주영 의원은 송영길 의원을 선택했다. 초선시절 법사위에서 함께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인연이라고 설명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