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특위, 보건당국 대처 도마위…"CMIT/MIT엔 면죄부"

[the300](종합)17일 복지부 등 기관보고…"CMIT/MIT 추가 실험도 안해"

김세관 기자 l 2016.08.17 18:58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국회에서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둘째 날 기관보고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국가기관으로서 처음으로 입증한 보건당국의 사후 대응이 도마위에 올랐다.

원인불명의 전국적 폐 손상 환자들의 원인을 증명하는데는 일조했지만 이후 너무 소극적인 대처로 피해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포함),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기관보고를 진행했다.

국가기관 최초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확인했던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주요 타깃이 됐다. 특위 위원들은 폐 손상 원인을 밝혀낸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지만 이 과정에서의 대처가 너무 수세적이어서 피해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질본은 이미 2008년 원인미상 폐 손상 환자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아닌 감염병에 대한 질환만 검토해 원인파악에 실패했다.

이후 2011년 감염병 뿐 아니라 환경성 질환을 포함한 역학조사로 조사 범위를 확대, 그해 8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 제작 및 제품 출시 자제도 권고했다.

특위는 중간조사 결과 단계에서부터 제품 출시 자제 권가가 아니라 제품 회수 및 판매 금지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질본을 질타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법의 의해 국민건강에 위협을 줄 우려가 있으면 제품을 회수하게 돼 있다"며 "제품 출시 금지 조치가 몇 개월 지나면서 추가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이 (보건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2011년)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은 '다수기업과 관련된 만큼 섣불리 (판재 금지 등을) 발표 했다가 정부가 기업에 공격당하고 망신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질본이 기업들 걱정하느라 국민안전을 120일 가량 놓쳤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PHMG 등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강제 수거 등의 조치는 2011년 11월 두 번째 중간발표 이후 진행됐고, 2012년 2월 최종 결과가 원인미상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임이 입증됐다.

다만,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MIT에 대한 관련성은 질본이 입증해 내지 못했다. 이를 근거로 CMIT/MIT 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 등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서 제외돼 왔었다.

이날 특위에서는 질본이 CMIT/MIT 유해성 심사를 시간에 쫓겨 허술하게 진행했고, 이후 5년 간 추가 실험도 하지 않아 일부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우선 CMIT/MIT의 독성이 확인될 수 없는 조건에서 질본이 유해성 심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질본과 실험을 담당했던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 담당자들 간 주고 받은 메일 내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독성이 확인될 수 없는 조건에서 실험이 이뤄졌고, 하루 빨리 결론을 내려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당시 질본의 실험이 CMIT/MIT 살균제품에 오히려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질본은 추가 실험을 하겠다고 해 놓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도 "(가습기살균제가 더 많이 쓰이는) 겨울을 앞두고 문제 있는 제품을 수거해야 해서 (급하게 CMIT/MIT 실험을 진행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추후에라도 제대로 된 조건과 상황에서 물질 자체에 대한 독성 시험이 이뤄져야 했다"며 "그걸 하지 않아 4~5년 세월이 지나도 CMIT/MIT가 들어간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에 대한 제조사(SK케미칼·애경 등)가 법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공식 피해인 폐 손상 이외 장기 손상을 바라보는 정부 입장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훈 더민주 의원이 "PHMG를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는 폐손상을 일으키지만 CMIT/MIT는 제품으로서 (폐 뿐 아니라 폐 이외 장기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거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피해자들을 통해 나타나는 폐 이외의 손상 근거는 없다. 나오지 않고 있다고"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홍익표 더민주 의원은 "과학적으로 아직 증거가 안 나왔을 뿐인데 질병관리본부장이 폐손상 이외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 질병관리본부장의 수긍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한편, 기관보고 이틀째 일정을 마친 특위는 18일 마지막 일정으로 기획재정부, 법무부,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관보고를 실시한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