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에 빠진 '공회전 국감'…이은재, 이기동, 김제동이 국감스타?

[the300]반환점 돈 국감

지영호 김태은 기자 l 2016.10.09 17:00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2016.10.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정감사가 정상 가동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의혹에 중심에 있는 증인을 채택하지 못한 채 함량미달의 질의가 나오는 등 좀처럼 국정수행 점검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치공세'를 이유로 정권실세 의혹이 거론된 인물의 증인채택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민적 관심사'를 이유로 증인채택에 매몰되면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증인채택 0건…공회전 미르·K, 의혹만 남나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반환점을 돈 9일 각 상임위는 논란만 오가는 부실함만 드러냈다. 특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인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증인을 채택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관련자의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건조정제도'를 활용해 비선실세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와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는 차은택 감독, 최씨 딸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등의 증인 채택을 막았다.

14일을 끝으로 교문위 국감이 종료되는 만큼 일반증인을 1명도 채택하지 못하는 오명을 기록하게 됐다. 교문위는 지난해에도 역사교과서 문제로 증인 채택에 난항을 거듭하다 포털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킨바 있다. 이번 국감에선 증인 공방으로 오전 10시 예정인 산하기관 국감을 밤 8시에 시작하는 등 '지각국감'을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기획재정위원회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관련 의혹을 해소시켜줄 지 관심이다.

국방위원회에서는 엉뚱하게도 '영창발언'으로 화제가 된 김제동씨 증인 채택이 핵심 이슈가 됐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은 김씨가 방송에서 "군사령관의 아내에게 아주머니라고 해서 13일 영창에 다녀왔다"고 발언한 것을 이유로 국감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김제동을) 띄워줄 일 있냐"며 채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 의혹을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길환영 전 KBS 사장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증인채택에 실패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한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교문위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기관증인으로 채택됐다. 다만 여야 합의와 무관한 기관증인 신분이다. 안전행정위에서는 백 농민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에 초점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백 농민의 부검 영장 발부의 적법성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은재,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유성엽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 하며 야당 의원들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오전 10시에 열기로 했던 회의는 55분이 지난 오전 10시55분 개의해, 조윤선 후보자의 선서도 듣지 못한 채 정회했다. 여당 의원들은 지난 29일 야당이 누리과정 지원 명목으로 6000억원의 예산을 단독으로 증액·의결한 것에 강하게 반발, 유성엽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2016.8.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행'에 이어 '황당질의'까지

지금까지 국감 화젯거리는 교문위에서 속출했다.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 이런 수모를…" 발언과 질의도중 화장실에 가는 등 돌출행동을 일삼은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논란을 불러온 교문위는 지난 6일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로 또 한번 파문을 일으켰다.

이 의원은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을 상대로 학교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공개 입찰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사유를 추궁하면서 MS오피스를 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샀느냐는 취지로 무리하게 다그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의원은 7~8일 주요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과거 언행까지 재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항공기 과속을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당초 예정보다 늦게 출발한 항공기들이 평소 운항시간보다 20% 이상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과속 운항의 실태를 지적하며 단속 규정 마련을 주장했다.

10년 이상 국정감사를 겪어 온 한 국회 관계자는 "올해 유독 국감 준비가 부족해 수준미달의 질의를 하는 의원들이 많이 눈에 띈다"면서 "국회의원과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여소야대라는 상황에 대한 인식부족 탓인지 여당의 준비가 덜 된 듯하다"며 "차기 대선주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을 방어하는데만 절박감이 엿보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