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vs 野 치킨레이스…역사교과서·법인세 '지뢰밭'

[the300] 靑 "우병우 불출석" vs 野 "靑 예산 삭감"…정국경색 심화 우려

이상배 기자 l 2016.10.13 13:52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1


청와대와 야권이 정면충돌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출석 문제를 놓고서다. 청와대는 관례를 내세우며 우 수석의 불출석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야권은 불출석시 청와대 예산 심의 보이콧 또는 예산 삭감을 경고하고 있다. 다음달 국정 역사교과서 시안 공개, 국회의 법인세 등 세법 개정안 논의 등 휘발성 강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음에 비춰 앞으로 정국경색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우 수석의 국감 불출석시 청와대 예산 심의를 보이콧하거나 청와대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야권의 경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 수석이 21일 청와대 국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비서실의 운영 책임을 물어 내년도 예산안 심사 때 청와대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 예산을 심사할 국회 운영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예결위원장은 더민주 소속 김현미 의원이 맡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11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우 수석이 불출석할 경우 청와대 예산 심의 보이콧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야권은 우 수석이 국감 출석을 거부할 경우 고발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전날 "(우 수석이) 일방적으로 (국감에) 불출석한다면 명백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르면 본회의 또는 상임위는 증인·감정인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경우 고발할 수 있다. 국회 운영위는 지난달 우 수석을 청와대 국감의 기관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원칙을 놓고 타협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향에 비춰 청와대가 야권의 압박 때문에 우 수석을 국감에 출석시키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들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경우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는 게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이다. 직무 특성상 고위직 인사와 검찰 수사 등 공개적으로 증언하기에 민감한 사안을 주로 다루는데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청와대에 상시 대기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앞으로 청와대와 야권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공산이 크다. 최순실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둘러싼 의혹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달엔 '뜨거운 감자'인 국정 역사교과서 시안까지 공개된다. 

국감 후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법인세 등 세법 개정안 논의도 본격화된다. 더민주는 이미 법인세 인상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법인세 인상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권이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에 대해 노골적으로 발목 잡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국정기조를 바꿀 순 없다"며 "시련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가자는 게 박 대통령의 당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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