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나오면 '쪽박', 면피될까…발굴 지원안 나온다

[the300][런치리포트-문화재 발굴지원]①국가 발굴조사 비용 확대, 처벌 수위 경감 골자

지영호 기자 l 2016.10.18 05:50
30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심영섭)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정밀발굴조사 결과 하나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일곽의 통일신라 후기 건물지군이 확인됐다고 밝혔다.이번에 건물지군이 확인된 곳은 월성의 중앙지역인 C지구로 앞서 진행된 시굴조사(2014.12월-2015.3월)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정밀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사진은 이날 언론에 공개된 발굴현장. (문화재청 제공)2016.3.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료=김민기 의원실

#. 경주시에 사는 박모씨(58)는 2012년 국민권익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노후를 보내기 위해 구입한 남산동 땅에 문화재가 나오면서 집을 짓지도, 보상을 받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자체 문화재과는 문화재청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문화재청에서는 보존해야 한다는 답변만 늘어놓으면서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었다.

#. 지난 9월 경남 함안경찰서는 산업단지 공사에서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로 H개발 대표 H씨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정밀발굴조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고려~조선시대 건물지로 추정되는 유구를 훼손함 혐의다. 해당 업체는 장기간 공사 중단으로 피해규모가 커지자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재산권과 문화재 보호가 충돌하고 있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을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면 '쪽박'이라는 사업주체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의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 부담을 늘리고 민간 부담을 낮추는 한편, 고의로 매장문화재를 훼손하거나 은닉한 경우 실질적으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매장문화재법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박경미 더민주 의원), 공소시효 연장(송기석 국민의당 의원), 미라 등을 법률에 명시(조승래 더민주 의원) 등 기존에 발의된 매장문화재법 개정안이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에 집중된 것과 비교하면 문화재발굴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면적 3만㎡ 이상 건설공사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선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매장문화재 매립 가능성이 확인되면 발굴조사를 통해 보존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 시행자는 공기연장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러다보니 매장문화재를 발견하고도 비용 절감을 위해 고의적으로 훼손하거나 은폐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다만 적발되더라도 처벌수위가 높아 제대로 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건설공사에서 매장문화가 발견됐음에도 사업시행자가 신고하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최근 5년간 1건도 없었다.

매장문화재 보호법 31조에는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후 신고하지 않고 은닉 또는 처분하거나 현상을 변경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여전히 부족하다. 2013년 80억원에 불과했던 국가 부담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 예산은 2014년 139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지표조사 지원금 7억원이 늘었음에도 오히려 116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일례로 지난해 처음 지원된 지표조사의 경우 7억원 중 4억1700만원만 집행됐다. 민간 포함해 지표조사비용으로 모두 68억22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비율은 10분의 1에도 미지지 않는 셈이다. 사업면적 3만㎡ 이상 건설공사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선 우선적으로 지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문화재보호기금을 활용해 발굴된 매장문화재 보존 정비와 토지매입비용 등 25억원 지원 근거를 만들 방침이다.
 
김 의원 측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개인의 재산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처벌조항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는 엄정한 법 집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처벌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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