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서는.." 자신에게 책임돌린 朴대통령, 법적 책임은?

[the300] 1분40초간 462자 사과…사태 '진화' 여부 미지수

이상배 기자 l 2016.10.25 17:14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를 둘러싼 '비선실세'로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대국민사과'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과 만으로 사태가 조기 진화될 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대통령기록물 유출에 대한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등에서다.

◇朴대통령, 자신에게 책임 돌려

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씨에게 연설문을 사전 제공했음을 사실상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약 1분40초 동안 이뤄진 462자(띄어쓰기 포함) 짜리 사과였다. 박 대통령은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모든 책임을 참모진이 아닌 자신에게 돌렸다. 연설문 유출에 연루된 참모진에 대해 문책성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엔 (최씨에게 의견을 묻는 것을) 그만 뒀다"며 지금은 더 이상 연설문 사전 유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씨의 PC를 입수해 파일을 분석한 JTBC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연설문 유출이 주로 이뤄진 시기는 2012년 12월∼2014년 3월이다. 박 대통령의 말 대로라면 2013년 2월 취임 이후 1년이 넘도록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해명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적 책임 문제는 남아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청와대 등 관련 기관이 생산·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다만 최씨에게 넘어간 연설문이 최종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 지 여부를 놓고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와 별개로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 어떤 경우든 위법 행위로 결론이 날 경우 연설문 유출을 지시한 박 대통령에게도 형법상 교사 또는 공동정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법상 대통령은 재임 중 현행범이 아니고선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만에 하나 박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퇴임 후에나 가능하다. 

◇靑 "연설문 유출 이해 안 돼"

도덕적 측면에서도 이번 사태는 정권의 권위에 적잖은 상처를 남길 전망이다. 대통령이 국가기밀이 담긴 연설문을 직무과 전혀 관련 없는 사인에게 사전 제공하고 검토 받았다는 점에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야심차게 제기한 개헌론이 이번 사태로 동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인 20%대 중반으로 급락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국정운영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지 여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의 증언이 사실상 거짓으로 판명 났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기사 처음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라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물론 지난 5월 비서실장으로 부임한 이 실장은 연설문 유출 당시 현직에 없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연설문이 최씨에게 사전 유출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업무 특성상 네트워크를 내·외부망으로 분리해 2∼3중으로 자료의 외부 유출을 막고 있다는 점에서다. 연설문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 사실일 경우 유출 경로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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