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민심'에 강경해진 정치권…탄핵카드 꺼내나

[the300]야권 일각 이어 여권서도 탄핵 주장…탄핵 추진시 변수 많아

심재현 김성휘 기자 l 2016.11.13 17:57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세종대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2016.11.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1·12 100만 촛불집회'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에서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을 포함한 강경론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 것은 촛불집회에서 확인된 민심이반을 방치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치세력이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다"(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얘기다. 촛불집회 이후 주말 내내 청와대가 뾰족한 수습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 탄핵 카드 현실화될까 = 주목할 점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 처음으로 박 대통령 탄핵 요구가 차기 대권후보군을 중심으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13일 당내 비박계(비박근혜계) 의원들과 당 소속 시도지사,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개최한 비상시국회의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 사이 쯤에 위치해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회와 야당 지도부를 만나 여야가 함께 권력이양기를 관리할 것인지, 헌정중단 헌정파괴를 감수할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실상 탄핵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그동안 보인 '찔끔 대응'과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몸통으로 지적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결단말고는 내놓을 해법이 없다는 게 이들 여권 일각의 판단이다. 지난주 제안한 국회 추천 총리 수용과 영수회담은 촛불민심으로 이미 낡은 카드가 됐다. 민심을 수용해 '퇴진'하거나 '탈당-2선 퇴진-거국중립내각 구성'으로 이어지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방안 정도가 남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야3당도 촛불집회 이후 강경론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결국 '탄핵 정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정국 정상화의 결자해지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 손으로 헌법이 대통령에게 준 권한을 돌려받는 절차가 남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오는 19일 전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공소장이 탄핵 추진 여부를 가르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범법 사실이 공소장에서 사실상 확인되면 정치권의 탄핵 논의에 11·12 촛불집회 이상의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공소장에 교사범, 공동정범으로서 대통령의 범죄가 적시된다면 국회는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탄핵이라는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된다"고 말했다. 

 ◇ 탄핵이 박 대통령 마지막 기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유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탄핵 추진 과정에서 많은 정치적인 변수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벼랑 끝에 몰린 박 대통령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에서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 요구로 발의돼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20대 국회 의석구조상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 6명을 포함하더라도 야권의원이 171명(민주당 121명·국민의당 38명·정의당 6명·무소속 6명)에 그쳐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와 관련,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사실상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근의 여론이나 여당 내 비박계의 분위기를 볼 때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탄핵안을 밀어부치는 과정이나 이후 상황에서 야권과 여당 내 비박계의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곧바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내각을 통할하게 된다.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퇴진이 현실화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선을 관리할 총리 적임자를 정하는 방식부터 각당의 이견이 불거질 수 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퇴진의 문제는 이미 촛불민심에서 확인됐고 지금 시점에서 넘어간 사안"이라면서도 "100만의 민심을 어떻게 수렴해 해법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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