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공 넘긴 朴대통령…'탄핵 저지'·'潘 추대' 승부수

[the300] 여야 합의·개헌·법 절차 마련, 단기간내 어려워…野 '시간끌기용' 비판

이상배 기자 l 2016.11.29 16:39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탄핵소추를 목전에 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에 떠넘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임기 단축'을 언급하며 개헌까지 끌어들였다. 국회의 탄핵소추를 막고 시간을 벌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통한 정권재창출과 정치적 사면을 시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야 합의·개헌…野 '시간끌기용' 비판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기 퇴진'을 밝혔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단기간 내 실현되기 쉽지 않은 방안이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시간끌기용 카드'라며 평가절하한 것도 그래서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박 대통령은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은 대선 일정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여야의 '당리당략'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여야 4당이 단일한 안을 도출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둘째, '임기 단축을 포함한'이란 표현이 들어가면서 개헌 문제까지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현행 헌법 아래에서 합법적으로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할 방법은 개헌 밖에 없다. 헌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을 위한 개헌은 불가능하지만,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은 가능하다. 여야 개헌론자들이 이를 개헌의 기회로 삼아 박 대통령의 퇴진 문제를 개헌에 연계시킬 경우 논의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셋째, 박 대통령은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현재 대통령의 조기 퇴진 절차를 규정한 법은 없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하야' 요구에 대해 법 테두리를 벗어난다며 거부해왔던 것도 이런 논리에서다. 결국 국회가 개헌 또는 법률 제·개정을 통해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한 법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까운 시일 내 경위 설명"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개헌, 법 절차 문제 등을 놓고 국회의 합의가 지연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선 내년 1월 귀국할 반 총장과 현직에서 정치적 연대를 꾀할 여지가 생긴다. 박 대통령으로선 자신과 정치적 기반을 상당부분 공유하는 반 총장에게 활동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정권재창출을 도모할 수 있다. 반 총장 집권시 특별사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박 대통령의 '조건부 조기 퇴진' 선언은 국회의 탄핵소추를 저지하기 위한 카드로도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일단 밝힘에 따라 탄핵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그동안 탄핵에 찬성해왔던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에서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탄핵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등은 국정수행의 일환으로, 검찰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담화 직후 당초 예정에 없던 기자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공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질의·응답을 하기 어렵다)"며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가지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고, 여러분이 질문하고 싶은 것도 그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조만간 가까운 시일 안에 (소명하는) 회견을 통해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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