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정치적 식물' 전락…탄핵심판 승부

[the300] 오늘부터 권한 '박탈', 관저 '유폐'…탄핵 인용 땐 퇴진 후 기소, '피의자'→'피고인' 전환

이상배 기자 l 2016.12.09 16:12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식물' 상태가 됐다. 앞으로 길게는 6개월 동안 박 대통령은 권한을 박탈 당한 채 청와대 관저에 유폐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야인으로 돌아가 형사 재판의 피고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제 헌재가 박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을 칼자루를 쥐게 됐다.

◇오늘부터 권한 '박탈'·관저 '유폐'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탄핵안 가결에 대한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 결과를 수용하고 법 절차대로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채택했던 '내년 4월 퇴진' 당론에 따라 자진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와 만나 "탄핵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 가결되더라도 헌재의 (심판) 과정을 보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전달 받는 순간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국회는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청와대와 헌재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송달했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청와대 송달에 4시간쯤 걸렸다.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박 대통령의 대통령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박 대통령은 종전대로 관저에서 지낼 수 있고 경호 등의 예우도 그대로 받는다. 월급도 원래대로 받지만 업무추진비는 제외된다. 헌재가 탄핵심판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이 상태가 유지된다. 헌재의 결정까진 최소 2개월, 최대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모두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넘어간다. △국군통수권 △조약체결비준권 △외교사절 접수권 △공무원 임면권 △헌법 개정안 발의·공포권 △법률안 거부권 △행정입법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등이다.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실도 황 권한대행에게 귀속된다.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비서실의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게 된다. 직접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는 청와대의 수석비서관회의 주재 요청을 거부하고 회의 내용만 사후 보고 받았다. 

◇탄핵 인용 땐 기소…'피고인' 전락

탄핵심판 기간 중 박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비공식 보고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보고 범위는 공무상 비밀을 제외한 내용으로 제한된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청와대 직원들의 경우 청와대 소속으로 전입된 인원은 그대로 남고, 부처 소속인 인원은 원대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헌재 심리와 특별검사 수사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뇌물·직권남용·강요 등의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그러나 특검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정조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특검에 대비해 변호인단을 기존 유영하 변호사 1명에서 4명으로 확대 구성했다. 헌재 심리에 대비한 변호인 선임도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박 대통령은 탄핵으로 불명예 퇴진하는 건국 이래 첫번째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 퇴임과 함께 불소추특권도 사라진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즉시 기소 대상이 되면서 재판에 넘겨져 신분이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바뀔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구속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 인용시 월 1200만원 이상의 전직 대통령 연금 혜택도 박탈된다. 다만 개인 경호와 서울 삼성동 사저에 대한 경비 등의 예우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헌재가 각하 또는 기각한다면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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