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문건 파동' 속도조절 나선 민주당…박원순·김부겸 반발

[the300](종합)秋 "개헌저지 보고서 아냐" vs 비주류 "패권주의 염려 커져"

최경민 기자 l 2017.01.06 16:23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규백 사무총장. 2016.12.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김용익 민주정책연구원장의 사퇴 결정을 추미애 대표에게 위임하는 등 '개헌문건 파동'의 수습과 관련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추 대표는 해당 문건에 대해 "개헌저지 보고서가 아니다"고 못을 박으며 경징계의 가능성까지도 열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6일 '개헌문건 파동' 진상조사위원회로부터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후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의 사표 수리 여부를 추미애 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문제의 문건을 작성해 대기발령을 받은 상태인 문병주 수석연구위원의 징계에 대해서는 민주연구원 인사위원회에서 논하기로 했다. 즉각적 조치는 내려지지 않은 셈이다.

앞서 민주연구원의 '정치전략보고서-개헌의 전략적 스탠스와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보고서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관련 문제가 불거졌었던 바 있다. 해당 보고서가 개헌론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표에 편향됐고, 개헌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었다.

진상조사위원장인 안규백 사무총장은 "인사와 관련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조사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사를 진행한 금태섭 의원은 "'누구에게 어떤 처벌을 해야 한다'는 식의 보고는 안 했다"며 "어떤 경위로 어떻게 작성됐고, 어디에 배포됐는지 조사를 한 것과 언론 문제제기 부분의 사실관계를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건 작성에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진성준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태섭 의원은 "객관적 문제제기가 있어야 다시 진장조사를 할 수 있다. 말만 있는 상태에서 (추가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해당 의혹을 부정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문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 경선룰 마련을 앞둔 시점에서, 당 지도부의 '중립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 단호하고 신속한 결정을 거론했었다. 하지만 진상조사 결과 일부 언론의 보도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징계의 '열쇠'를 쥔 추미애 대표는 이날 민주연구원 보고서에 대해 "개헌저지 보고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징계보다는 경징계를 시사한 듯한 발언이다. 추 대표는 지난 3일 의혹이 불거졌을 때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며 "확인되지 않은 허위의 사실과 해당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사흘만에 입장을 돌렸다.

추 대표는 민주연구원 문건에 대해 "촛불이 바라는 그런 개헌을 하는 게 좋다는 쪽이었다"고 평가했다. 개헌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있고, 문재인 전 대표에게 편향된 보고서라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보도에 문제가 많다"며 "보고서를 한 번 보시고 팩트에 기반한 기사를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건과 관련해 명확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익 원장의 사퇴를 즉각 수용할 경우 당 지도부의 '편향성'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김 원장의 사퇴를 물릴 경우 비주류측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추 대표가 최종결정을 책임지면서, 동시에 시간을 버는 방식을 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비주류측의 반발이 지속될 경우 추미애 지도부가 받을 압박도 강해질 전망이다. 비주류는 당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의 결정에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터져나올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대선후보 경선룰 마련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지도부의 공정성 논란이 도마위에 오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주당의 사당화, 패권주의에 대한 염려가 더 커졌다. 민주당은 특정인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김부겸 의원측은 성명을 통해 "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상황으로 몰아가는지 안타깝다. 미적거리면 자칫 ‘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라는 오해가 또 생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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